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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스포츠서울 정재은통신원]“잠깐 재성이 데리고 얘기 좀 하고 와도 될까요?”
이재성(25, 홀슈타인 킬)이 취재진을 만나고 있을 때 이청용(30, VFL보훔)이 등장했다. 홀슈타인 경기장 믹스트존에서 한국 선수 두 명이 만나는 건 흔치 않은 풍경이었다. 홀슈타인 킬 구단 미디어도 이를 놓치지 않고 영상으로 담았다. 23일 오후 홀슈타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19 분데스리가2 4라운드, 킬과 VFL보훔의 경기가 2-2로 끝난 후였다. 각 팀의 ‘LEE’는 약 10분 정도 그라운드 입구 부근에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코리안 더비’로 시선을 끌었다. 이청용이 지난 3라운드에서 교체 투입으로 데뷔전을 치른 후라 출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실제로 이청용은 “후반전에 내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었다.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뛰어야 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경기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이청용은 이제 막 보훔에서 두 번째 경기를 경험했다. 그는 팀 분위기 파악을 이미 끝냈다. 오랜 해외 생활로 적응에 큰 어려움도 없다. 동료, 감독과 스스럼없이 영어로 대화를 한다. 이재성은 이런 ‘청용이 형’의 모습에 기분이 좋다. 그는 9월 한국 국가대표팀에 소집됐을 때 이청용의 보훔 이적 소식을 접했다. “한국 선수 누가 오더라도 반가운데 그 중에서도 청용이 형이 온다니까 너무 반가웠도 기분이 좋았다”고 웃었다. 이청용이 분데스리가2에 적응하는 데 큰 걱정도 하지 않았다. “청용이 형은 말할 것도 없다. 워낙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다. 물론 경기에 뛸 몸을 좀 더 만들어야 한다. 형이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몸을 끌어올린다고 하더라. 충분히 잘 적응해서 뛸 것 같다.”
이날 킬은 정규시간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2-2로 끝났다. 이재성은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경기 내용을 회자하는 대신, “아무래도 청용이 형 팀이랑 하다보니 코리안 더비를 기대했는데 형이 뛰지 못해 아쉽다”고 운을 뗐다. “그래도 같은 리그에서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경기는 우리가 끝까지 따라갔기 때문에 무승부로 만족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부분은 아쉽고 노력해야한다.”
이청용도 마찬가지였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비겨 아쉽다”더니 이내 ‘동생 재성이’ 칭찬으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재성이가 팀에 잘 녹아들고 있고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다. 감독이든, 선수 동료들이든 재성이에게 큰 믿음을 주고 있는 것 같다. 형으로서 이렇게 동생이 믿음을 받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정말 좋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이청용이 이재성에게 다가갔다. 이재성은 “형, 저 어떻게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며 풀이 죽었고, 그런 이재성을 보며 이청용은 “잘했다, 수고했다”고 북돋았다. 이재성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분데스리가2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 킬의 ‘LEE’와 보훔의 ‘LEE’가 함께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