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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분명한 사명 하나. 우리는 이 땅에 괴롭기 위해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 모두 행복하세요!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노희경 극본· 김규태 연출, 이하 ‘우블스’)가 만인의 행복을 바라며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작품의 골자는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으로 치유받는다’다. 더 간략히 말하면 ‘사랑’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마지막 회 후반부에 삽입된 OST ‘위드 유’(With you)는 그 메시지에 쐐기를 박았다. 이 곡은 3분 21초 내내 사랑을 노래한다.

끝까지 뻔했다. ‘사랑하고 행복하라’는 말만 봐도 그렇다. 얼마나 상투적인 표현인가. 하지만 당연하게 여길수록 시간을 들여 노력하지 않기 마련이다. 이를 실천하고 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사이다 복수극’이 각광받는 요즘엔 종교시설에서나 들을 법한 말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우블스’는 이 흔하디 흔한 메시지를 흔하디 흔한 인물들의 서사로 풀어냈다. 돈 앞에 무력한 기러기 아빠, 우울증을 앓지만 아이를 포기할 수 없는 주부, 다운증후군 언니를 둔 해녀, 말 한마디에 사이가 틀어진 단짝, 어릴 적 자신을 외면한 엄마에게 앙금이 있는 아들, 죄다 익숙한 캐릭터다.

이들은 망망대해처럼 막막한 상황에도 노를 젓듯 천천히 나아간다. 민선아(신민아 분)는 이동석(이병헌 분)의 투박한 위로에 차츰 생의 의지를 회복하고, 사랑을 믿지 않았던 이영옥(한지민 분)은 박정준(김우빈 분)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고, 이동석은 일평생 미워했던 모친 강옥동(김혜자 분)에게 손을 내민다. 동화처럼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행복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오히려 현실감을 더한다.

또한 친구, 연인, 앙숙, 모자, 고부 등 각양각색의 관계로 엮인 인물들이지만, 동인(動因)이 ‘사랑’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는 제주 푸릉마을 사람들이 ‘우리들’로 묶일 수 있는 이유이자, ‘우블스’의 옴니버스 구성이 힘을 갖는 이유다. 더불어 노희경 작가가 긴 호흡으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결국 ‘사랑’이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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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블스’는 편견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현실에서 남들과 다르다며 손쉽게 배제됐던 다운증후군 환자, 책임감 없이 사고 쳤다고 손가락질받는 고등학생 부모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작품 속 이영희(정은혜 분)는 한없이 사랑스러웠고, 정현(배현성 분)-방영주(노윤서 분)는 기어코 아이를 지켜냈다. 뭍 사람들에게 관광지로만 통하는 제주도를 육지처럼 사람 사는 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러한 면면은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에 더욱이 빛났다. 무엇보다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등 주연급 배우들은 우려와 달리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배역에 완벽히 녹아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에피소드가 아닌 회차에서 주변인에 그친다는 점도 신선한 재미를 줬다. ‘우블스’가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진기한 경험에 시청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블스’는 로그라인대로 ‘삶의 끝자락, 절정 혹은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며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시청률도 14.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유종의 미를 거둔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13일 스포츠서울에 “최근 독특한 소재와 자극적인 전개의 드라마가 아니면 주목받기 힘든 분위기다. 이 가운데 ‘우블스’가 휴머니즘 드라마의 생명이 다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특히 옴니버스 형식이라서 노희경 작가 특유의 인류애와 촘촘한 구성력이 더욱더 돋보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