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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휴스턴 애스트로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월드시리즈에 앞선 28일 기자회견에서 양팀에 흑인선수(아프리카-아메리칸)가 한 명도 없다는 것에 “비탄함을 감추지 못하겠다”며 우려했다. 다행스럽게 올 MLB 드래프트에서 흑인선수들이 상위에 지명된 점에 기대감을 표했다.
선수출신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위원장 토니 클락도 다음 날 ‘미국에서 태어난 흑인선수 전무 월드시리즈에 슬프다’며 베이커 감독의 우려에 동감했다. 농구선수급의 장신(203cm) 클락은 샌디에이고 주립대 출신으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1라운드에 지명돼 1995~2009년 빅리그에서 활동한 흑인이다.
30개 팀 가운데 흑인 감독도 베이커와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2명 뿐이다. 프런트의 최고위직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사장 또는 GM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켄 윌리엄스가 유일하다. 윌리엄스는 명문 스탠퍼드 출신.
1947년 재키 로빈슨이 흑백의 벽을 허문 이후 흑인선수 전무 월드시리즈는 1950년 뉴욕 양키스-필라델피아 필리스전 이후 처음이다. 애스트로스에는 흑인선수가 한 명 있다. 마이클 브랜틀리다. 그러나 베테랑 외야수 브랜틀리는 어깨부상으로 올 포스트시즌에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 필리스에는 루키 1루수 데릭 홀(27)이 있다. 모친은 백인이고, 부친이 흑인이다. 그러나 올해 41경기에 출장했지만 기량이 떨어져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았다. 필리스는 1959년 이후 처음으로 개막전 26인 로스터에도 흑인선수가 없었다. 백업 외야수 로만 퀸은 시즌 도중 승격돼 23경기를 뛰고 방출됐다.
현재 MLB에서 활동하는 흑인선수는 대부분 중남미 출신의 라틴 아메리칸이다. 아프리카-아메리칸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중남미 출신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최연소 기록 제조자들은 후안 소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이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 등 영건들로 모두 중남미 태생이다. 올해 개막전 로스터에 흑인은 7.2%에 불과하다. 1991년 이후 최저치다. 이 때는 18%나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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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MLB 드래프트에서는 역사상 처음 상위 5명 가운데 4명이 흑인이었다. 이들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이클 해리스 2세(외야수), 신시내티 레즈 헌터 그린(투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키브라이언 헤이스(3루수), 밀워키 브루어스 데빈 윌리엄스(마무리) 등 300명이 넘는 빅리거들과 함께 MLB 유소년 아카데미, 드림시리즈, RBI(Reviving Baseball in Inner Cities) 등 MLB의 다양성에 기반한 프로그램에서 배출됐다. MLB는 흑인 및 소수계, 중산층 이하들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들의 MLB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그러나 흑인들의 야구에 대한 소극적 진출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스포츠는 큰 돈을 벌기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야구는 돈방석에 앉는 프리에이전트 기간이 너무 길다. 유소년들이 당장 큰 돈을 벌 수 있는 농구, 풋볼(미식축구)로 자신의 특기를 발휘할 수 밖에 없다. 농구와 풋볼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대학의 야구 장학금도 농구와 풋볼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진다. 전액 장학금도 드물다. 야구에 주는 장학금을 갖고 선수들이 나눠갖는다. 농구와 풋볼은 거의 전액 장학금이다. 두 스포츠를 통한 메이저 대학의 수입은 상상을 초월한다. 제도부터가 야구는 불리하다.
사실 미국에서 야구 인기는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백인 슈퍼스타들이 많이 배출돼야 하는데 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남미 선수들의 득세에 전통적인 백인팬들이 외면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