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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관중 여러분께서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주시길 바랍니다.”장내 아나운서의 지시에 따라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얻는다. 프로축구와 프로배구는 하지 않는데,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는 하는 게 있다. 바로 경기 시작 전 ‘애국가 제창’이다.
국가대항전의 경우, 애국가 제창은 필요하다. 국가를 대표한 경기인 만큼, 애국심을 고취하고 전의를 가다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는 한국시리즈, 올스타전 같이 특별한 경기가 아닌 이상 애국가 제창이 필요할까?
프로배구는 V-리그 원년 2005년부터 애국가 의식을 하지 않는다. 프로축구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06년부터 애국가 의식 진행 여부를 구단에게 위임했다. 국가대항전이 아닌 프로리그 경기에 애국가를 제창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2006년부터 K리그 구단들 상당수가 애국가 의식을 중단했고, 현재는 어느 구단도 애국가를 제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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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대다수의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제창된다.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MLB)는 물론 미국 프로축구, 미식 축구, 미국 프로농구도 미국 국가를 제창 의식을 갖는다.
역사가 있다. 1800년대부터 끊이지 않은 전쟁 때문이다. 미국은 영국과 전쟁, 남북전쟁, 세계 대전 등 전시 상황을 끊임없이 겪었다.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묶고자 국가 제창 의식이 시도됐고, 스포츠 경기에서 제1차 세계 대전 중이던 1918년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맞붙은 월드 시리즈에서 국가가 공식적으로 연주된 것을 시작으로 스포츠 경기의 전통이 됐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1년 미국 프로농구(NBA)팀인 댈러스 매버릭스는 국가 제창 의식을 건너 뛰었다. 미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 있었던 일이다.
매버릭스 구단주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국가 제창 의식을 항상 존중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미국 국가가 자신을 대표한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미국 국가가 노예 제도를 옹호한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는데, 일부 흑인 선수들은 이에 따라 국가를 제창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매버릭스 구단은 국가 제창 의식을 멈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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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프로 경기에서 애국가 제창 의식은 군부 독재 시절의 잔재라고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시에는 영화관, 길거리에서도 애국가를 제창해야 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는 스포츠서울에 “애국가 제창 의식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구단 자율”이라고 밝히며 “다만, 미국에서도 하고 있고, 전통적인 것이다 보니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한 프로야구단 관계자는 “있는 걸 없애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전통이라서 유지하고 있다. 애국가 제창 의식에 대해 논의 해본 적은 없지만, MZ세대가 거부감을 느낀다는 논의가 들어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애국가 대신 홈팀 공식 응원가를 연주하는 게 어떨까. 구단만의 문화인 응원가를 통해 선수들은 팀에 대한 소속감과 전투력이 한층 올라갈 것 같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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