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화
가수 하춘화. 스포츠서울DB

김세레나
가수 김세레나. 스포츠서울DB

안은숙
배우 안은숙.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TV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을 볼 때면 저렇게 예쁘거나 잘 생긴 탤런트,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어떤 집에서 살까? 남편(아내)은 누구일까? 얼마나 부자일까? 무슨 차를 타고 다닐까? 그리고, 살아온 과거 스토리 등등. 그 많은 궁금함 가운데 ‘저 사람은 출연료를 얼마나 받을까’ 도 있다.

그렇지만 TV에 출연하는 가수나 탤런트, 개그맨, MC 등 연예인 출연료는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 방송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출연료는 개인정보인 데다 개인의 자존심일 수도 있고 방송사로서도 공개되어서 좋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KBS1 ‘전국노래자랑’ 최장수 MC 송해 선생의 출연료는 뜻하지 않게 공개된 적이 있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인 KBS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 일부가 공개되면서 회당 300만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후로도 14년간 MC를 맡은 선생은 지난해 작고하기까지 출연료를 한 푼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출연료에 대한 공식(?) 발표는 아니었다. 흘러나간 정보였던 셈이다.

그런데 50년 전, ‘선데이서울’을 통해 가수들의 쇼 무대 출연료가 한꺼번에 적나라하게 공개된 적이 있었다. 한국연예단장협의회라는 단체가 쇼 무대 가수들이 받을 출연료를 실명 그대로 결정해 발표했던 것.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출연료로 줄을 세웠던 셈이다. 무지막지했다고나 할까.

73년 3월 11자 제 230호_49
1973년3월11일 발행된 선데이 서울 230호에 소개된 ‘쇼단장들이 다시 매긴 가수 노래값’ 기사. 스포츠서울DB

1973년 3월 11일 ‘선데이 서울‘ 230호에 실린 기사, ‘쇼단장들이 다시 매긴 가수 노래값’이다.

1960~70년대에는 인기 가수나 코미디언의 극장공연이 많았고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큰 인기몰이를 했다. TV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때라 대중문화에 목말라 있던 지방 사람들에게 쇼 공연은 큰 위안이었을 것이다. 인기 있는 공연에는 질서유지를 위해 경찰이 동원될 정도였다.

이런 공연에는 이를 주선하는 쇼 흥행사가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연예기획사 같은 것이다. 그 흥행사 대표들이 “출연 가수의 스케줄을 교섭하고 개런티(출연료)를 보장하여 공연질서를 확립하겠다”며 한국연예단장협의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던 모양이다. 바로 그 협의회가 그해 3월, 남녀 가수들의 쇼 무대 1일 출연료를 최고 20만 원에서 6000 원까지로 정해 발표한 것,

기사 제목에 ‘다시’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처음이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하고 당시에는 출연료를 떼어먹는 일도 더러 있었던 모양이다. 과정과 명분이야 어찌 되었건 요즘 세상에서 보면 출연료 공개는 개인정보 누설이고 가수 개인의 자존심, 인권,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있기 어려운 일이다.

이 협의회에서 정한 당시 인기 가수들의 쇼 무대 출연료는 이렇다. (원 기사에는 풀 네임이었다. 단위는 원)

남 O = 200,000 나O아 = 150,000 최O준 = 30,000 이상O = 30,000

이O복 = 25,000 김O진 = 25,000 김O국 = 20,000 김O만 = 15,000

박O남 = 15,000 김O범 = 13,000 송O관 = 10,000

이O자 = 60,000 김O희 = 50,000 김세O나 = 50,000 하O화 = 50,000

정O희 = 35,000 이O미 = 35,000 이O숙 = 15,000 임O숙 = 15,000원 등

요즘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도 많다. 기사는 가수들과 직접 협의도 했고 그 과정에서 의견이 분분했다고 했는데 한편에서는 현실적인 면도 있는 만큼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가수가 제시하는 출연료를 깎았다고도 했고 협의에 응하지 않은 가수는 출연료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고도 썼다. 옛날 옛날 이야기이다.

나훈아
가수 나훈아. 스포츠서울DB

남진
가수 남진. 스포츠서울DB

윤정희
배우 윤정희. 스포츠서울DB

그러면 이 같은 쇼 무대 가수의 출연료는 당시 물가에서 어느 수준일까. 당시 말단 공무원 월급이 1만7300원 정도, 물가 기준으로 삼았던 쌀값이 1973년에는 80㎏ 한 가마에 9728원이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짐작이 갈 것이다. 50년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와는 달리 가수들의 수입원도 다양해졌고 인기 가수는 출연료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그와 더불어 영향력도 커져 이제는 노래가 권력이 된 시대이다.

가수나 탤런트 등 연예인이 출연료를 두고 자존심을 건 싸움(?)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50년 전, ‘선데이 서울’에 실린 톱 탤런트 안은숙의 이야기도 그중 하나이다. 지금은 KBS 2TV가 된 TBC(동양TV)가 1973년 매일극 ‘달래’의 주인공으로 안은숙을 낙점하고 회당 출연료 1만5000원을 제시했다. 당시 타방송사의 경우는 1만원 수준, 안은숙 측은 집요하게 2만원을 요구하며 밀고 당기다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다급해진 TBC는 부랴부랴 ‘달래’ 여주인공을 시청자 투표로 뽑기에 이른다. ‘한국TV드라마50년사‘를 보니 1973년 3월 12일부터 9월 27일까지 167회 방송된 드라마 ‘달래’의 여주인공은 고은아로 나와 있다. 결국 출연료 ‘네고’가 무산되며 안은숙에서 바뀐 것이다.

이 출연료 줄다리기 배경에는 짐작할만한 상황이 있었다. 그 무렵 같은 방송사 드라마 ‘사모곡’에 출연하고 있던 당대의 스타 윤정희가 2만원을 받고 있었다. 이는 역대 최고였고 또 유일했다고 한다. 선데이 서울에 따르면 안은숙은 윤정희와 같은 대우를 요구한 것이고 이같은 줄다리기가 결국 주인공 교체를 불러왔던 것, 회당 2만원이 문제였다.

자유기고가 로마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