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 대유행이다. 당장 필자의 무술 도관 수련생들이 독감으로 대거 결석하고 있고, 지인 중에서도 살이 쏙 빠질 정도로 지독한 독감 몸살을 겪은 이가 많다. 처음에는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는가 싶었는데 검사를 받은 이들이 모두 음성이다. 전혀 다른 감기 바이러스에 당한 것이다.
이런 독감 유행을 ‘면역 빚’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우리 사회는 사람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마스크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철저한 방역으로 바이러스에 대항했다. 덕분에 우리는 팬데믹을 이겨낼 수 있었지만 대신 코로나19 이외의 다른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사라지며 일반적인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자연적인 면역력도 잃어버렸다.
그리고 방역 조치가 모두 해제된 지금,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하자마자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감기 바이러스들이 덮친 것이다. 질병관리청 역시 지난해 이맘 때보다 독감으로 입원한 환자수가 10배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면역 빚’이라는 게 독감유행에만 적용되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철저한 방역으로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과 면역력이 낮아진 것처럼, 안정적이고 안전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사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우리가 위험을 인지하거나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의미다.
‘마약청정국’이라며 안심하던 사이에 우리나라는 10대들조차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총기에 대한 단속이 철저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총기 관련 사건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안심했건만 어느새 총기밀수와 실탄 발견 뉴스를 빈번하게 들을 수 있다. 대학교 입학을 위한 학생 평가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제도를 바꿔나가는 동안 학교는 학교폭력이라는 범죄에 병들어가고 있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고 한다. 사회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무언가가 잘 진행되거나 잘 보호되고 있다면, 그 부작용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예상치못한 피해에 대해 늘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비책 중 하나가 바로 호신술이다. 만약 방역 조치가 완전 해제된 것처럼 사회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 영화 ‘매드맥스’처럼 무법천지가 되어버린다 해도, 독감에 걸리지 않듯 내 몸을 지키려면 호신술은 필수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또다른 이유는 “운동을 좀 해야겠는데 뭘 하면 될까”라며 물어 온 친구들 때문이다. 그동안 타고난 건강함을 바탕으로 운동도 딱히 하지 않고 음주를 즐기고 식사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는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은 것이다.
중년을 맞아 이미 고장나기 시작한 몸을 원래대로 회복하는 것은 처음부터 운동으로 건강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운동이든 호신술이든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좀 하자.
노경열 JKD KOREA 이소룡(진번) 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노경열 관장은 기자 출신으로 MBN,스포츠조선 등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절권도는 20년 전부터 수련을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강남에서 JKD KOREA 도장을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