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필리핀 특파원 방영수]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필리핀 등 동남아 출신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시범 도입한다.

국내 여성의 가사 노동과 육아 부담을 덜어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선 불법 체류자 양산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강하다.

9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6월 중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 계획을 완성해 이르면 하반기부터 일정 규모 외국인을 비전문취업(E9) 체류 자격으로 입국 허가할 방침이다. E9비자는 고용허가제 인력으로, 정해진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3년간 체류가 가능하다.

정부는 우선 올 하반기 100명 규모로 서울시에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인 가사도우미의 월급은 300만원 내외, 전문성이 있는 경우 400만원대까지도 형성돼 있다. 중국 동포의 경우 이보다 조금 더 낮은 200만원 중후반대다. 경제적 부담이 커 실제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가정은 보편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3월 최저시급을 적용하지 않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위한 법을 발의했는데 차별을 제도화한다는 논란을 빚었다.

고용부는 최저임금을 지키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으로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하면 월 170만원 정도다. 맞벌이 가정의 특성상 야간이나 주말 근로가 일부 추가되고 각종 수당을 포함할 경우 실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월 200만원 선이 될 전망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월 70만~100만원’ 도우미 제도와는 격차가 있지만, 내국인이나 중국 동포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낮아진다.

중년 여성 중심의 현 시장 근로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근로자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중국 동포와 달리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문화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정부는 집안에서 생활하며 가사를 돕는 ‘입주형’이 아닌 ‘출퇴근’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집 안에서 도우미가 지낼 별도 공간이 마땅하지 않아, 사생활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당 정책에 대해선 국내 가사도우미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동남아 가사도우미들이 들어온 뒤 돈을 더 주는 다른 일자리로 떠나면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필리핀 한국 교민은 “홍콩, 싱가포르에도 이런 유형의 불법체류자가 양산되고 있다”며 “그러나 시대적 흐름인지라 동남아인 가사도우미 유입을 거스르진 못할 듯”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신설되는 출입국 이민관리청에서 엄격한 외국 노동자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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