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전환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31일 새벽 위급재난문자가 날아들어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선수단 숙소에서도 사이렌이 울렸지만, 무음으로 전환한 휴대전화에서 사이렌이 울리는 건 처음 경험했다.
서튼 감독은 이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깜짝 놀라 휴대전화를 봤더니 한국어로 무언가 적혀있더라. 번역기를 돌려보니 ‘서울을 당장 떠나라’고 나오더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떠올리기 싫은 경험이라는 제스처다. 그는 “번역된 메시지를 본 순간 ‘세계3차대전이 발발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있는 가족 얼굴이 떠오를 만한 상황. 한국에서 처음 겪는 일이니 당혹감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서튼 감독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나왔다.
“전쟁이구나라고 생각한 뒤 곧바로 다시 잠들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롯데 감독이다. 전쟁이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선수들을 두고 떠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웃었다. 놀랐지만,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을 곧로 인지한 셈이다. 그는 “휴대전화에서 그런 음이 나는 것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반전은 더 있었다. 전날 경기에서 2회초 1사 1,3루 기회 때 박승욱의 1루 땅볼 때 3루주자 유강남이 협살에 걸려 횡사했다. 홈쇄도와 3루 귀루 중 어느 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다 태그아웃됐는데, 박승욱까지 태그아웃돼 이닝이 종료됐다. 0-1로 뒤지던 상황이어서 분위기를 바꿀 기회를 허망하게 날렸다.
서튼 감독은 “위급재난문자를 받은 것보다 유강남의 횡사가 내겐 더 놀라운 일”이라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야구 감독은 어쩔 수 없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