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표적이 아니라, 순서대로입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애써 상황을 수습(?)했다. 1선발 안우진(24)의 선발등판 간격을 조정한 여파다.

홍 감독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를 앞두고 “안우진은 KIA전(5.1이닝 5실점) NC전(6이닝 4실점) 등에서 정타를 많이 허용했다. 정상 로테이션보다 하루이틀 휴식을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막 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던 안우진은 지난달 28일 KIA전과 이달 4일 NC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피로가 쌓인 측면도 있고, 볼배합 패턴을 읽혔을 가능성도 있다.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키움도 갈 길이 바쁘지만, 정규시즌 일정을 많이 남겨뒀고 전반기 막판이어서 무리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안우진이 오는 11일 고척 KT전에 선발로 나서는 이유다.

국내 최고 오른손 투수가 등판 간격을 조정한다는 것은 상대팀이 의심할 만한 일이다. ‘표적등판’으로 여길 수 있다는 의미. 공교롭게도 안우진에 이어 아리엘 후라도와 이안 맥키니가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 릴레이 선발출격한다. 1~3 선발이 KT전에 모두 들어가는 셈이다.

홍 감독은 “KT 이강철 감독께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 표적이 아닌 순서라는 것을 꼭 강조해달라”며 웃었다. 키움과 KT모두 중위권 도약과 후반기 반등을 위해서는 전반기 피날레가 중요하다. 1~3선발을 모두 상대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재미있는 사실은 홍 감독의 걱정은 기우에 그칠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 감독은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은 취소 가능성이 없는만큼 총력전으로 임할 것”이라며 “윌리엄 쿠에바스와 웨스 벤자민이 첫 두경기에, 고영표가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나설 것”이라며 이미 총력전을 예고했다. 이 감독도 키움에 맞춰 ‘표적등판’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물고물리는 중위권 접전 속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고척돔은 이미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