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인턴기자] 방송인 겸 작가 허지웅이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애도했다.

20일 허지웅은 개인 채널에 “어느 젊은 교사의 삶이 자신이 가르치던 교실에서 영원히 멈췄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무엇보다 장소가 가장 마음 아프다. 그곳이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로 취급되거나 묻힐 거라 여긴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뉴스에서 ‘교권추락’이라고 하는데 ‘교권’ 이라는 말에 문제가 있다.교권은 교실에서 학생의 권리와 교사의 권리가 따로 존재하고 서로 상생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제하지만 인권은 나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당했던 폭력과 부조리를 정상으로 애써 돌려놓았다면, 그간 악습으로 위태롭게 눌러왔던 것들을 원칙과 절차를 통해 규제할 수 있는 엄정한 도구 또한 함께 고민했어야 한다. 하지만 대처 방안은 생기지 않았다”라며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수 밖에 없게 된 시스템의 모순에 일침을 가했다.

허지웅은 “이런 얘기를 꺼내면 우리 정서와 맞지 않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의 정서가 원칙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가?”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최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교사(23)가 자신의 교실에서 세상을 숨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의 사망이 교실이었던 이유가 과거 자기 집에서 죽었다는 이유로 극단적 사망 이유에 개인 사유로 치부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가중됐다.

아직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교육계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교사가 교단에 선지 얼마 안 된 신규교사인 데다 학교 폭력 업무를 담당하며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아래는 방송인 허지웅의 전문.

어느 젊은 교사의 삶이 자신이 가르치던 교실에서 영원히 멈추어 섰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장소가 가장 마음 아픕니다. 그곳이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로 취급되거나 묻힐 거라 여긴 겁니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시간 그 수많은 징후를 목격하는 동안 우리가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뉴스에서는 교권 추락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학생들의 인권이 올라간 탓에 교사들의 인권이 떨어졌다는 의미일 겁니다.

틀린 말입니다. 교권이라는 말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인권을 되찾는 일이 다른 누군가의 인권을 위협했다면 그건 애초 인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교권이라는 말은 교실에서 학생의 권리와 교사의 권리가 따로 존재하고 서로 상생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제합니다. 아닙니다. 인권은 나눌 수 없습니다. 인권은 누가 더 많이 누리려고 애쓸 수 있는 땅따먹기가 아닙니다. 그런 잘못된 말의 쓰임과 인플레가 문제를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일부 학생과 부모가 인간의 의무를 방종하고도 아무런 견제를 받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그걸 인권의 회복이라고 자랑한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인권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감각도 관심도 없는 사람입니다.

이런 현상이 교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당했던 폭력과 부조리를 정상으로 애써 돌려놓았다면, 그간 악습으로 위태롭게 눌러왔던 것들을 원칙과 절차를 통해 규제할 수 있는 엄정한 도구 또한 함께 고민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룰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되었습니다.

우리 정서가 원칙보다 죽음에 더 가깝습니까.

보나마나 서로 탓을 돌리는 정치권과 진영의 공방이 이어질 겁니다.

저는 남 탓을 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결과물을 가지고 나올 쪽에 서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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