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김민규기자]“T1 나오게 되는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했다.”
2023년 주인공은 ‘T1’이다. ‘T1의 해’로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T1은 한국(LCK)의 유일한 희망으로 고독한 싸움을 이어간 끝에 중국(LPL)팀을 모두 격파하면서 ‘2023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7년 간의 기다림 끝에 일궈낸 ‘왕좌탈환’이다. 그리고 우리네 전설 ‘페이커’ 이상혁과 소속팀 T1은 세계 최초로 ‘롤드컵 4회 우승’이란 새 역사를 썼다.
그런데 지난 2021년 T1의 사령탑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대니’ 양대인 감독이 경기 후 축하의 인사 대신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해 이목이 집중됐다. 그것도 T1의 잔칫날 뜬금없이 나온 ‘재뿌리기’로 읽힌다.
양대인 감독이 이끄는 LPL 4시드 웨이보 게이밍(WBG)은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롤드컵’ 결승전에서 T1에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단 한 세트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양 감독은 T1의 우승 축하보다는 자신이 감독으로 있었을 당시 얘기를 꺼내며 취재진을 당혹케 했다. 옛 팀을 향한 존경을 담아 우승 축하를 먼저 했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으로 보인다.
T1의 우승 후 ‘페이커’ 이상혁과 어떤 얘기를 나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T1을 나오게 되는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양 감독은 “T1에서 나오는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고, 일을 하면서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에게 전권을 준 웨이보 게이밍에 감사하다. T1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며 “상혁이에게 다양한 롤 플레이를 소개해주고 싶었다. 10인에 관한 시도도 상력이랑 잘 맞는 선수를 찾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이)상혁이의 마우스 장비 이슈가 있을 때 ‘클로저’를 썼다. 이지선다를 같이 할 수 있는 선수를 찾으려 했다. 축구도 세계적인 팀들은 수비수가 빌드업에 참여한다. 그런 과정을 소개했는데 그게 받아들이기 어렵웠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알려줬어야 했다”며 “웨이보에서도 리그 성적은 안 높았지만 그걸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웨이보도 적응하기 힘들었을 거다. 얼마 전 경기를 보면서 T1이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 다른 선수도 잘 하더라. 그 과정이 멋있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양 감독이 T1의 사령탑으로 있을 당시 선수 기용과 성적 부진 등을 겪었고, 결국 T1은 양 감독과 결별했다. 그런데 2년이 훌쩍 지난 과거사를 잔칫날 꺼낸 셈이다.
이후 결승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워낙 T1의 챔피언 폭이 넓고, 모든 구도를 알고 있었다. 구도 약점을 찾기 어려웠다”며 “현재 메타는 니코-아지르-오리아나가 미드에서 강하다. 이를 제외하고 해보려고 했다. 여러번 시도했고 첫 세트는 선수들이 기용하지 않던 것이라서 어려웠다. 밴픽은 언제나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패배했으니 아쉬움이 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레드 진영을 한번 고르고 싶었는데, 블루에서 이기고 레드를 가야 어떻게든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존재한다. 그래서 계속 블루 진영을 골랐다. 레드 진영 밴픽도 두 가지 이상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고도 했다. 양 감독은 “개최 지역팀들의 이점이 있다. 2020년 중국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결승에 진출했는데 연습을 거의 못했다”며 “이번에도 도와줄 수 있는 5명의 스쿼드 유지된 팀이 광동, 농심이 있었다. 광동은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T1은 광동이랑 계속 연습한 것 같다. 그런 기회가 없던 것 같아 아쉽다. 결승전도 기회가 부족했다. 그래서 밴픽 티어 상으로 많이 준비하려고 노력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