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스코츠데일=윤세호 기자] “아무리 생각해도 빅이닝을 만드는 데에는 이게 효과적이다.”

처음 해보는 시험은 아니다. 지난해 정규시즌 막바지에도 올해를 바라보며 해봤다. 그리고 올해 첫 실전에서 다시 가동한다. LG가 테이블세터 라인을 홍창기·박해민에서 박해민·홍창기로 변화를 준다.

LG는 오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 스쿨 파크에서 열리는 청백전에서 박해민을 1번 타자, 홍창기를 2번 타자로 배치했다. 주전이 주축이 된 홈 유니폼 팀은 지명타자 박해민과 중견수 홍창기를 시작으로 좌익수 김현수, 1루수 오스틴 딘, 유격수 오지환이 클린업을 맡는다. 6번부터는 포수 박동원, 3루수 김민수, 우익수 문성주, 2루수 신민재다.

원정 유니폼 팀에서 3번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문보경을 제외하면 모두 주전이다. 원정 유니폼 팀은 최승민(우익수)~구본혁(유격수)~문보경(지명타자)~김성진(3루수)~김현종(중견수)~허도환(1루수)~김성우(포수)~전준호(좌익수)~송용준(2루수)으로 라인업을 짰다. 포수인 허도환과 전준호가 다른 포지션을 맡는데 평가전이라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결국 정규시즌에 돌입하면 박해민과 홍창기, 혹은 홍창기와 박해민 테이블세터에 3번부터 9번까지 한국시리즈(KS) 라인업을 고스란히 펼칠 것이다. LG는 작년 KS에서 팀 타율 0.331 팀 OPS 0.931로 타선 대폭발을 이뤘다. KS 통산 팀 OPS 1위에 오를 정도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이번 청백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주전 선수로 구성된 홈 유니폼 팀의 테이블세터다. 염경엽 감독은 리그 최고 출루율을 기록한 홍창기를 1번이 아닌 2번 타자로 넣었다. 박해민이 3할 이상의 타율을 올릴 경우 박해민 다음 홍창기가 타석에 서는 게 빅이닝 가능성을 높인다고 봤다. 2023 정규시즌 막바지에도 같은 이유로 이를 시험했는데 올해에도 정규시즌에 돌입하기 전까지 고민을 이어갈 계획이다.

단순히 1점만 뽑는다면 홍창기-박해민 테이블세터가 좋다. 최고 출루율을 자랑하는 홍창기가 1번. 번트 능력이 출중한 박해민이 2번에 서면 1회 첫 공격부터 1사 2루를 만들 확률이 높다. 그런데 염 감독은 홍창기가 단순히 출루만 잘하는 타자가 아님을 주목한다.

실제로 홍창기는 지난해 0.332의 고타율을 올렸다. 0.444 리그 최고 출루율 안에는 볼넷 뿐이 아닌 안타의 비중도 크다. 더불어 2루타 부문에서도 35개로 리그 3위다. 즉 1번 박해민이 출루하면 2번 홍창기의 볼넷 출루 혹은 안타로 1·2번 연속 출루를 기대할 수 있다. 1사 2루가 아닌 무사 1, 3루 혹은 무사 2, 3루가 가능하다. 이후 클린업이 1점이 아닌 2, 3점을 뽑는 모습을 그린 염 감독이다.

염 감독은 “다시 한번 박해민 1번, 홍창기 2번을 해보려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빅이닝을 만드는 데에는 이게 효과적”이라며 “하위 타순에서 상위 타순으로 이어질 때 특히 그렇다. 9번에서 신민재가 출루하면 1번 박해민이랑 이어진다. 가장 위협적인 주자 2명이 붙어 있는 효과가 분명히 클 것이다. 그리고 2번에서 홍창기가 해결하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홍창기는 득점권 타율 0.361로 찬스에서 더 강했다.

어쩌면 내달 23일 한화 류현진과 맞붙는 경우에 따른 묘책이 될 수도 있다. 박해민과 홍창기 모두 류현진과 만난 적이 없다. 서로 모를 때에는 투수가 유리하지만 LG는 스피드와 정확성의 조화로 돌아온 몬스터와 상대한다. 2024시즌 대장정 출발선부터 빅뱅. 빅뱅 준비는 이미 시작했다.

한편 첫 청백전에서 투수 운용은 다음과 같다. 홈 유니폼 팀은 디트릭 엔스, 최원태, 이종준, 이상영이 나란히 등판한다. 원정 유니폼 팀은 케이시 켈리, 김진수, 최동환, 김대현이 마운드에 오른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