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오키나와=김동영 기자] 이런 적이 있었나 싶다. 각 팀 ‘간판스타’에게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이번에는 다른 스포트라이트가 차고 넘친다. 신인이다. 그야말로 스프링캠프를 수놓은 ‘루키 열전’이다.

일단 신인이 ‘단체’로 주목받는 팀이 있다. 삼성이다. 배찬승-심재훈-차승준-함수호까지 2025년 1~4라운더가 모두 1군 스프링캠프를 완주했다. 팀 기조상 신인은 퓨처스 캠프로 보냈다. 올해 바꿨다.

그만큼 잘했다. 배찬승은 강렬한 구위를 선보이며 필승조감으로 우뚝 섰다. 왼손 파이어볼러가 귀하기에 더 돋보인다. 심재훈은 수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방망이 솜씨도 나쁘지 않다. 차승준-함수호는 맹타를 휘두르며 1군 캠프에 생존했다. “진짜 잘 친다”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한화는 정우주-권민규 듀오가 있다. 전체 2순위 정우주는 시속 150㎞ 강속구를 손쉽게 뿌리는 투수다. “힘 많이 안 주는데 빠르다”고 한다. 권민규는 ‘제구’다. 양상문 투수코치가 “무수히 많은 신인을 봤지만, (권)민규 제구는 진짜”라며 혀를 내둘렀다. 캠프 평가전 다섯 경기 나서 단 1점도 주지 않았다.

LG 김영우는 단숨에 마무리 후보로 올라섰다. 시속 154㎞를 뿌리며 염경엽 감독과 코치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염 감독은 “김영우는 개막 엔트리에 무조건 들어간다. 내가 보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우도 “목표가 마무리 투수다. 후보라는 얘기 나왔을 때 기뻤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KT 김동현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3㎝ 장신에서 내리꽂는 속구가 일품이다. 포크볼도 위력적. 투수 전문가 이강철 감독이 “이렇게 잘하는 신인은 처음 봤다”며 놀랐다. 오키나와에서 열린 한화와 평가전에서 류현진과 맞대결도 펼쳤다. 3이닝 무실점 호투를 뽐냈다.

SSG 이율예는 곧바로 팀 ‘2번 포수’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빠른 팝 타임을 통한 도루 저지 능력도 보여줬다. 타격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숭용 감독이 오키나와에 오면서 퓨처스로 보낼까 고민했지만, 끝까지 1군에서 하도록 했다.

두산 1라운더 박준순은 ‘허슬두 부활’을 이끌 주역으로 꼽힌다. 야수 전체 1번 지명자. 미야자키에서 치른 평가전과 구춘리그 경기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여차하면 1군 키스톤 콤비 한 자리 차지할 수도 있다.

‘전체 1순위’ 키움 정현우도 평가전에서 호투를 뽐냈다. 루키를 중용하는 키움이다. 정현우는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 외국인 투수가 로젠버그 한 명인 상황. 국내 투수의 힘이 필요하다. 정현우가 시작부터 그 존재감을 보일 수 있다.

물론 아직은 모두 ‘장밋빛’이다. 시즌 때 잘해야 진짜다. 신인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이 점을 고려해도 2025년 루키는 남다른 모습이 보인다. ‘루키 열전’이 곧 시작된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