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1 한 식당에 방송인 박명수가 온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소속사 회식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고급 와인을 미리 준비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식당 사장 A씨는 망설였다. 하지만 유명인의 회식이라면 홍보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예약을 수락했다. 이후 사칭범은 와인 업체 명함까지 보냈다. A씨는 실제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업체가 요구한 술값은 300만 원. 음식값보다도 많았다. 느낌이 이상했다. A씨는 결국 입금을 멈췄다. 다행히 보이스피싱을 피했다.
#.2경남 거창에선 배우 강동원의 영화 촬영팀을 사칭한 남성이 나타났다. 식당에 단체 예약을 하며 고급 와인 두 병과 위스키 한 병을 지정된 업체에서 구매해달라고 요구했다. 식당은 “감독 선물용입니다”라는 말에 그대로 돈을 보냈다. 이후 연락은 끊겼다. 피해액은 약 300만 원. 이름만 빌려간 전화 한 통이, 소상공인의 하루를 무너뜨렸다.
#. 3 경기 수원의 한 노래주점, 이번엔 SBS 예능 ‘런닝맨’ 촬영 PD를 자처한 사람이 등장했다. 회식 예약을 이유로 위스키 세 병을 준비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이들은 특정 업체 명함을 전달했다. 수법은 똑같았다. 피해 점주는 390만 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촬영팀은 오지 않았고, 전화는 꺼졌다.
비슷한 시기, 배우 변우석의 이름도 언급됐다. 회식 자리를 이유로 주류를 선결제하게 만든 뒤,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 수법이었다. 가수 임영웅 역시 같은 피해 대상이 됐다. 이 밖에도 배우 하정우, 남궁민, 방송인 이수근, 가수 송가인, 윤종신, 남진 등의 소속사도 사칭 피해에 대한 경고문을 공식 채널에 올렸다.

공통된 수법은 단순하다. 유명인을 내세워 식당을 예약한 뒤 회식 준비를 명목으로 고급 주류나 물품을 지정된 업체에서 구매하라고 요청하는 방식이다.
업체 명함은 대부분 위조된 것이고, 계좌번호는 사기범이 직접 통제한다. 피해자는 대부분 자영업자다. 예약 취소는 예고되지 않는다. 사라지는 건 손님이 아니라, 하루치 매출이다.
소속사와 방송가는 ”우리 이름으로, 절대 그런 연락은 가지 않는다. 금전 이체나 물품 구매 요청은 절대 없다.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입을 모은 상태다.
선결제를 요구하거나, 특정 업체로 입금을 유도하는 연락은 모두 의심해야 한다. 실제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공식 연락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변호사는 “명함을 위조한 행위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죄에 해당한다”며 “해당 명함을 이용해 노쇼를 할 의도가 있었음에도 이를 속여 선주문하게 만든 것은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재산을 편취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단순 노쇼는 사기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고급 주류를 미리 결제하게 한 경우라면 사기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