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ENA 드라마 ‘신병’ 시즌1 오디션은 열린 무대였다. 알려진 배우도, 연극배우도, 처음 연기를 시작하는 이들도 모두 지원할 수 있었다. 배우 김현규는 서울에 머물던 짧은 시간 오디션장을 찾았다.
직접 창작한 독백과 세 가지 버전의 춤을 준비했다. 감독은 그 열정에 반했다. 다음날 바로 추가 오디션을 요구했다. 김현규는 밤을 새워 새로운 독백을 다시 만들어갔다. 결과는 용산역에서 들었다. 고향으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김현규는 “윤모 역으로 확정됐습니다”라는 합격 통보 전화를 받았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김현규는 “그때 당시 지방에서 극단 생활을 잠깐 쉬고 있었다. 서울에 올라와 있다가 쉬는 김에 오디션을 본 것이다.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그 점을 좋게 봐주신거 같다”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김현규의 모든 감각이 멈췄다. 마음 한구석이 뭉클했고, 한편으로는 후련했다. 걱정도 앞섰다. 드라마 ‘신병’ 속 성윤모는 실제로 있을까 싶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억울한 눈썹, 시비조 말투, 입 꼬리에 걸린 불만까지, 복잡한 설정이었다. 김현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본인이 윤모를 닮았다는 말에도 “내가 얘라고?” 의아해했다.
김현규는 “막상 캐릭터를 맡고 나니 감정이 달라졌다. ‘싫어하기보단, 좋아해보자’고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그는 성윤모의 억울한 눈썹을 만들기 위해 직접 눈썹을 잘랐다. 체중도 70kg에서 58kg까지 2주 만에 줄였다. 처음 해보는 식단이었다. 윤모의 말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입 모양과 눈매를 따라 하며 표정을 익혔다”고 밝혔다.

성윤모는 ENA 드라마 ‘신병’ 시즌1에서 1생활관을 뒤흔든 대표적인 ‘관심병사’이자 실질적 빌런이었다. 어딘가 어눌한 말투, 동료들에게 시비를 거는 언행은 실존감보다는 만화적 과장에 가까웠다.
실제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도망치듯 입대한 전과로 인해 1생활관 내 불화를 일으켰다. 그는 명백히 ‘문제아’였다. 시청자들에게도 비호감 인물로 각인됐다.
캐릭터의 기묘한 음성과 표정, 말투까지 완벽히 살려낸 김현규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지만 동시에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도할 만큼 리얼했다.
하지만 시즌3에서 다시 등장한 성윤모는 완전히 달라졌다. 참회의 기도를 올리고, 후임 문빛나리에게 손을 내밀고, 아무도 믿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가가려 애섰다. 김현규는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윤모의 내면적 변화에 감정적 타당성을 부여했다.
김현규는 감정선을 조심스럽게 잡아갔다. “회개하겠다고 작정하고 시작한 인물이 아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씩 달라진다. 군중심리 속에서 위로를 받고, 단체 노래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사람들 속에 스며드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현규의 진심은 통했다. ‘신병3’는 3.3%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마무리됐다. 김현규는 “반응을 실감한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알아봐주신다. 그게 가장 감사하다”며 웃어 보였다.
‘신병’으로 처음 이름을 알린 김현규는 여전히 단편 영화도 마다하지 않고 오디션을 꾸준히 보고있다. 김현규는 “뭐든지 열려 있다. 중요한 건 배역의 크기가 아니다. 그저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자’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사랑은 받았지만 들뜨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한의 감정에 몰입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독립운동, 국가대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장르도 좋다. 감정극, 강한 액션, 오컬트, 잔혹한 악역도 도전해보고 싶다. 언젠가는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뒤에서 주인공들이 더 빛나게 보이게 만드는 역할. 그런 것도 너무 좋다. 앞으로 더 노력할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