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폭싹 속았수다’에 붙었을 땐 안 울었는데, 이상하게 이건 너무 행복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너무 기뻤어요. 해야겠다고 바로 생각했죠”

배우 오민애는 23일 전파를 타는 SBS ‘희망TV’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눈물이 났다.

‘희망TV’는 가족돌봄청소년, 무국적 고려인, 에티오피아 난민 등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이웃들의 삶을 조명해 시청자 참여와 응원을 유도하는 특집 방송이다. 오민애는 올해 방송에서 가족돌봄청소년(소녀가장으로서)의 삶과 변화된 시선을 전한다.

“상황에 처한 아이들에게 동정보다는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불쌍하다’는 말보다 ‘힘내’라는 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따뜻한 시선, 다정한 미소 하나. 이런 게 아이들에게는 힘이 됩니다.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오민애의 말에 진심이 묻어났다. 고통으로 점철된 개인사(史) 때문일 터. 그는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다. 불화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보호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됐다.

가족 안에서조차 존재 이유를 부정당했다. 오랜 시간 자신을 지워가며 살아야했다. 하루하루 겨우 버텼다. 두 차례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지만, 세 번째는 포기했다. 상처받을 동생이 눈에 밟혔다.

도망치듯 사찰에 들어갔다. 참회의 절로 자신을 붙들었다. 스무 번, 서른 번, 백 번씩 바닥에 이마를 대며 자신을 끌어안았다. 번민의 시간을 거쳐, 결론을 얻었다.

“제가 전생에 죄를 지어 이런 상황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절에 들어갈 때 죄를 씻겠다는 마음이었죠. 어릴 때 너무 상처가 컸어요. 절에서 깨달음을 얻었어요. 자유롭게 살기 위해 이 모든 아픔을 통과해야 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삶이 변했다. 버티는 게 아니라 방향이 있는 삶으로 전환했다. 그 방향이 연기를 통해 자유를 찾는 쪽. 연극 무대에 서면서 세상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물론 생계와 연기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무명 배우의 삶도 가볍지 않았다.

“창피하다고 생각했어요. 무명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자꾸 숨겼던것 같아요. 당시에는 그냥 잘 살아남기만 하자는 생각이 컸죠.”

‘잘 살아남자’는 다짐은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승화했다. 사회복지 대학원에 진학했고, 공부를 하면서 노인과 장애인, 가출청소년, 고아 출신 아이들을 직접 만났다. 센터를 찾아가고, 연극치료와 코칭도 배웠다.

협회를 만들고, 기획 행정 예산 등 모든 업무에 투신했다. 예술인이 아닌,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했다. 고통으로 점철된 것 같던 자신의 삶을 반추해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또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연기를 잘하는 사람으로 남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제가 계속 무대에 서야 하는 이유죠. 유명한 배우가 되서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친구들을 돕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제가 경험한 걸 토대로 힘을 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 일을 계속하는 의미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해요. 앞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더 노력할 예정입니다.” khd9987@sportsseoul.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