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안경을 쓰면, 추리가 시작된다. 또박또박한 음성으로 사건을 해석한다. 살인마가 어떻게 범죄를 기획하고 실행했는지, 범죄자에 빙의한 연기 속의 연기도 감칠맛 있게 선보인다. 김다미의 얼굴엔 설득력이 있다. 작위적일 수 있는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디즈니+ 시리즈 ‘나인 퍼즐’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김다미가 연기한 이나는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다. 10년 전 삼촌의 살인사건을 목격했다. 문제는 당시 기억이 없다는 것. 그 때문에 이나를 유력한 용의자로 본 같은 청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 분)이 뒤를 쫓는다.

한샘은 이나를 초반엔 의심한다. 삼촌의 살인사건 용의자인데다 부모인 의사가 죽은 뒤 유산까지 상속받았다. 그랬기에 용의자로 특정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살인 사건이 거듭될수록 한샘은 이나를 믿고 의존하게 된다. 이나의 추리가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나는 나이 많은 한샘에게 버릇없이 반말한다. 그것도 경찰이라는 위계 서열이 강한 조직에서 말이다. 같은 경위 직급이지만, 조직 내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런 캐릭터는 딱 따돌림당하기 쉽다. 이나는 이런 관습을 자신이 가진 수사 능력으로 허물어 버린다. 이런 캐릭터에 김다미가 딱 맞다. 능청스러우면서도 똑 부러지게, 상대방을 야들야들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배우다.

이나가 용의자로 빙의하는 장면도 압권이다. 살인마의 심리에 기반해 수사팀이 대사를 주고받는다. “죽였을 때 어땠어?” “더 이상 내 앞에서 숨을 쉬지 않아서 진짜진짜 기뻤어”라고 살인을 한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섬뜩한 말을 내뱉는다. 그야말로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의 얼굴이다. 공기마저 바꿔 버린다. 경찰서를 살인사건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호흡과 눈빛, 마지막 ‘하악’하고 웃는 모습까지 살인자라 믿고 싶을 정도다. 그저 탁월한 능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나는 다소 과잉된 캐릭터다. 넘치는 감정을 매력적으로 바꾼 건 김다미다. 영화 ‘마녀’(2018) ‘이태원클라쓰’(2020)에서 보여준 독특한 아우라가 ‘나인 퍼즐’에서 만개했다. 작품마다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각인시킨다. 자신 연기의 답습이 아닌, ‘김다미가 곧 장르’라고 부를 만한 독보적인 능력이다.

손석구가 김다미의 연기를 편안하게 받쳐준 것 역시 한몫했다. 한샘은 성실하고 우직한 경찰이다. 방방 뛰는 이나를 묵직하게 잡아준다. ‘살인자 o난감’(2024) ‘카지노’(2022~2023)에서 보인 형사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어딘지 허술하고 어벙해 보이는데 이런 연기마저 손석구가 훌륭하게 해냈다. 긴장감을 놓지 않는 눈빛은 유지하되, 이나의 공격을 타격감 있게 받아주면서 극을 안정감 있게 끌고 간다.

윤종빈 감독의 김다미 캐스팅이 탁월했다. 윤 감독은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다. 막무가내로 보일 수 있지만, 김다미가 연기하면 사랑스러워 보이겠다”고 언급했다. 배우는 연출 의도에 적확한 연기력으로 응답했다. 남은 5개 에피소드에서 범인으로 특정된 이나를 김다미가 어떤 연기로 그려낼지, 또 ‘나인 퍼즐’의 사건을 어떻게 추리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만 남았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