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트로피를 가장 먼저 품은 건 ‘캡틴’ 손흥민(토트넘)이다. 꿈에 그린 트로피를 손에 넣은 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발을 구른 그는 동료의 정중앙에서 번쩍 들어 올렸다. 토트넘 모든 요원이 포효했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롤러코스터같은 시즌을 보낸 손흥민은 태극기를 두르고 클럽 커리어 첫 우승을 만끽했다. ‘기쁨의 눈물’도 흘렸다.

손흥민은 22일 새벽(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바리아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2024~2025시즌 UEL 결승전에서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21분 교체 투입돼 추가 시간까지 30분여 소화하며 무실점 승리에 이바지했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무관 한풀이에 성공했다. 더불어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도 품었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한 손흥민도 빅리그 생활 15시즌 만에 처음으로 우승에 성공했다. 특히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그는 10년 사이 아시아인 최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100호골 등 수많은 족적을 남겼으나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2019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섰지만 리버풀에 0-2로 져 준우승했다. 2년 뒤엔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컵(카라바오컵) 결승전을 치렀는데 0-1로 허무하게 패했다.

기어코 2025년 ‘빌바오 땅’에서 우승 갈증을 씻어냈다.

어느 때보다 마음고생이 컸다. 어느덧 서른 중반에 다다른 손흥민은 이번시즌 ‘에이징커브’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9월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그는 지난달 11일 프랑크푸르트(독일)와 UEL 8강 1차전 이후엔 발부상으로 한달여 결장했다. 가뜩이나 팀이 EPL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난 터라 마음이 더 무거웠다. 최근엔 옛 연인에게 공갈 협박을 당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맞춰 복귀를 추진했다. 마침내 손흥민은 지난 11일 크리스털 팰리스와 EPL 36라운드 원정(0-2 패)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복귀전을 치렀다. 그리고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마지막 경기이던 17일 애스턴 빌라와 37라운드 원정(0-2 패)에서 36일 만에 선발 요원으로 나섰다.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 오로지 유로파리그 우승만을 바라봤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교체 명단에 뒀다. 결승전 승부가 연장, 승부차기로 흐를 수 있는 만큼 최근 부상에서 돌아와 실전을 소화 중인 손흥민을 ‘조커’로 활용할 뜻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그의 수가 통했다. 공격진 선발로 나선 히샬리송, 도미니크 솔란케, 브레넌 존슨이 긴 패스 위주의 전술에서 효용성을 보였다. 전반 41분 존슨은 크로스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선제 결승골을 책임졌다.

손흥민은 후반 21분 히샬리송 대신 그라운드를 밟아 수비에 힘을 보태면서 역습 때 힘을 발휘했다.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역대 빅리그를 누빈 한국 선수 중 주장 완장을 단 건 과거 EPL 퀸즈파크 레인저스 시절의 박지성에 이어 손흥민이 두 번째다. 그런데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이끌고 트로피 세리머니 주인공으로 등장한 건 손흥민이 처음이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뒤 이뤄낸 뜻깊은 첫 우승이어서 감격이 컸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