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최현욱의 준플레이오프(준PO) 시구가 안전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며, 2002년 올스타전에서 발생한 ‘장나라 시구 사건’까지 소환했다.
최현욱은 9일 KBO 준PO 1차전 시구자로 나섰다. 고교 1학년까지 포수로 뛴 그는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포수 미트를 끼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힘차게 공을 던졌는데 제구가 되지 않았다.
공은 포수 미트를 한참 벗어나 시타자로 타석에 서 있던 SSG 어린이팬의 머리 위로 향했다.


그 어린이는 대개의 시타자가 그렇듯, 타자용 헬멧은 쓰지 않은 상태였다.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에 최현욱은 다음날인 10일 “어제 시구는 정말 떨려서 공이 빠졌다. 시타자인 친구와 부모님께 연락이 되면 사과드리겠다. 어린 친구가 서 있으면 가까이서 천천히 던졌어야 했는데 그 생각을 못 했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이 장면은 2002년 인천 문학구장 올스타전을 소환했다. 당시 국민여동생으로 사랑받던 장나라가 시구자로 나섰고, 타석엔 이종범이 섰다.
그런데 홈플레이트 가까이에서 던진 장나라의 시구를 이종범이 그대로 받아쳤다.
‘시구엔 헛스윙’이라는 암묵적인 상식을 거스른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 게다가 타구는 장나라의 머리를 스치듯 빠르게 지나갔다.


포구하려던 포수 홍성흔도 놀란듯 두 눈이 커졌고 해설자도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고 반응했다.
그런데 이종범은 사과의 제스처과 걱정스런 기색도 없었다. 한번 쳐다본 뒤 그대로 등을 돌리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2022년 모 유튜브 채널에서 이종범은 당시 상황에 대해 “장나라 쪽으로 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살짝 툭 때리려고 했는데 방망이에 볼이 맞아 가속도가 붙었다. 그렇게 볼이 빨리 날아갈 줄 몰랐다”고 해명하며 “예전에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을 때 이벤트성으로 했는데 이게 화제가 되고 그 뒤로는 제가 지탄의 대상이 돼버렸다. 물론 그때 큰 죄를 지었고, 죄송하기도 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좀 재밌으라고 쳤는데 해가 거듭할수록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그러더라. 제가 너무 큰 실수를 했다. 위험한 행동을 해서 정말 미안하고 장나라 씨 아버님께도 제가 사과를 했다. 모르는 팬들은 사과를 안 한 줄 알더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저희 정후한테도 단속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사과는 되레 후폭풍을 불렀다. 시타에 대해 “재밌으라고 쳤다”, “아들은 그러지 않도록 단속시키겠다”는 등 한국프로야구의 레전드답지 않은 장난스러운 태도를 보였기 때문.
이종범은 그 이전인 2012년 모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고의성 타격이 아니었다”고 하면서도 “결혼했는데 데리고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농담조로 말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한편 이종범은 KBO리그 올시즌이 한창인 지난 6월 KT 위즈 코치직을 사임하고 JTBC ‘최강야구’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즌 중 예능으로 자리를 옮기자 야구팬의 날선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그는 지난달 첫방송을 통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32년 만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서 실망하신 분도 계셨다. 죄송하다”라고 고개숙이며 “형님 리더십으로 승리를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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