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승섭기자] 배우 김규리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를 인정받고 국가 배상 책임을 확정지으며 기나긴 트라우마와의 싸움에 마침표를 찍었다.

국정원이 2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전격 포기하면서 2017년부터 시작된 그녀의 법정 다툼은 8년 만에 끝을 맺게 됐다.

김규리는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확정된 판결 소식과 함께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드디어 판결이 확정됐다. 이젠 그만 힘들고 싶습니다”라고 운을 뗀 그녀는 “사실 트라우마가 심해서 블랙리스트의 ‘블’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게 됩니다”라며 지난 시간 겪었던 고통의 깊이를 짐작하게 했다.

SNS에 직접 언급한 피해 사례들은 충격적이다. 단순히 프로그램 배제를 넘어 시상식에 참석해 화면에 잡히자마자 ‘어디선가’ 전화가 왔고 작품 출연 계약 당일 갑작스러운 취소 연락을 받은 일은 일상이 됐다

김규리는 “블랙리스트 사실을 뉴스로 접했을 때 SNS로 심정을 짧게 표현한 걸 두고 그 다음날 ‘가만 안 있으면 죽여버린다’는 협박도 받았다”며 그동안 받은 심리적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밝혔다.

법적인 승리에도 불구하고 김규리의 마음에는 여전히 씁쓸함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이 법원 판결을 수용하며 “피해자와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발표했지만 그녀는 “도대체 누구한테 사죄를 했다는 건지... 기사에 내려고 허공에다가 한 것 같기도 하고, 상처는 남았고 그저 공허하기만 하다”라며 진정성 없는 사과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동안 고생하신 변호사 팀과 블랙리스트로 고생하신 선배 동료분들께 따뜻한 위로와 응원 보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모두.”라며 긴 싸움을 함께 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이제 그녀가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 본업인 연기에 집중하며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기를 팬들은 기대하고 응원하고 있다.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