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내가 살인범이 돼 있으면 어떨까. 심지어 모든 정황과 증거가 나를 가리키고 있다면? 그렇게 조작된 세상은 나를 한순간에 범죄자로 만들어버린다. 이는 모두 영화 ‘조작된 도시’와 디즈니+ 시리즈 ‘조각도시’의 이야기다. 그래서 두 작품은 같은 듯,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조작된 도시’는 게임에 뼈져 살던 백수 권유(지창욱 분)가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조작되고, 이후 게임 길드원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를 전신으로 한 디즈니+ ‘조각도시’도 같은 세계관에 있다. 평범한 삶을 살던 태중(지창욱 분)이 어느 날 살인범으로 조작되고, 이후 모든 것이 요한(도경수 분)에 의해 계획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다.

◇ 126분 ‘조작된 도시’에서 12부작 ‘조각도시’로
총 126분의 러닝타임이었던 ‘조작된 도시’는 시리즈물로 재탄생하며 총 12부작의 ‘조각도시’가 됐다.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살인범으로 조작된다는 부분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이야기가 새롭게 설계됐다.
전체 12부의 절반에 해당하는 6부까지 태중의 복역 생활이 그려지고, 이후 탈옥과 함께 본격적인 복수의 서막이 오른다. 태중이 교도소 안에서 복수의 칼날을 가는 과정을 진득하게 그려낸다.
분량이 증가하며 새로운 에피소드도 추가됐다. ‘조각도시’에선 안요한의 은밀한 취미가 자세하게 그려진다. 특히 태중을 포함한 재소자들을 차출해 생존 게임을 벌이는 장면이 새롭게 추가 됐다. 이들은 안요한의 설계 아래 무법 카 체이싱 경기를 펼치고, 이는 태중의 탈옥 계기가 된다.

◇ ‘조작된 도시’ 게임 길드원 대신 ‘조각도시’ 친구들로
원작 속 주인공 권유는 소위 말하는 ‘게임 폐인’이다. 권유에게서 게임은 떨어질 수 없는 소재이기 때문에 그의 게임 길드원들 역시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권유가 전과자가 된 뒤 설계자 민천상(오정세 분)에게 복수할 때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도 길드원이다.
‘조각도시’에선 게임 마니아 설정이 빠지며 주인공 태중이 평범한 청년으로 그려진다. 태중을 돕는 조력자들 역시 그의 일반 친구들과 교도소 동지 노용식(김종수 분)이다. 원작에서 권유를 돕는 인물이 길드원에 국한됐다면 태중의 조력자는 교도소 안팎에 다수 존재하며, 동시에 계속해서 새롭게 투입된다.

◇ 음침한 빌런 ‘민천상’ 오정세 VS 자아도취 빌런 ‘안요한’ 도경수
각 작품 속 메인 빌런은 모두 강렬하다. 주인공을 ‘조작된 도시’에 몰아넣고 이를 ‘조각’해 전시하는 이들이다. 두 빌런의 공통점은 죄책감 없는 사이코패스지만 성향은 다르다.
‘조작된 도시’에서 민천상은 그림자다. 정·재계 인사들의 뒤처리를 해주지만 결코 앞에 나서지 않는다. 권유가 민천상의 존재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것 역시 그가 겉으로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을 향해 뒤틀린 내면을 가진 민천상은 정작 그 욕망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반면 ‘조각도시’ 속 요한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기업 행사부터 직접 생존 게임을 진행하는 등 자기애가 충만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동시에 자신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견고한 자아를 갖고 있다. 음침한 민천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같은 소재인 두 작품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현재 ‘조각도시’는 총 12부작 중 8부까지 공개되며 태중의 본격 복수극의 서막을 알렸다. 과연 ‘조각도시’와 ‘조작된 도시’ 중 어떤 작품이 대중의 마음을 끌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