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이름 세 글자만으로 가슴 뛰는 그 이름, 임성한이 돌아온다.

임성한 작가는 2026년 상반기 TV조선 새 드라마 ‘닥터신’을 통해 안방극장에 컴백한다. ‘아씨두리안’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임성한 작가 커리어 최초로 시도되는 메디컬 멜로 드라마다. 세간에는 톱스타 여배우가 불의의 사고를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전해졌다. 하지만 작가 특유의 집필 방식을 고려했을 때, 실제 내용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임성한 작가의 컴백 소식은 즉각 시청자들에게 화제를 불러모았다. 또 어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고 올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진다.

드라마계의 흥행 보증 수표다. 그동안 ‘보고 또 보고’ ‘인어 아가씨’ ‘하늘이시여’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히트작이 수두룩하다. 반면 높은 시청률만큼이나 자극적 소재와 전개로 ‘막장 드라마계의 대모’라는 별명도 있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를 단순한 ‘막장’ 작가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기록적인 시청률이 매번 입증하듯,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기는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그 배경에는 어느 작가도 흉내 내기 힘든 두 가지 핵심 기법이 있다.

바로 변칙적인 전개와 능수능란한 완급 조절이다. 임성한 작가는 전형적인 전개를 깨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시청자들이 예상할 수 있는 전개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다. 워낙 반전 효과가 크다 보니, 드라마를 보고 있다 보면 뒷통수를 맞은 듯한 얼얼한 느낌이 든다.

‘오로라 공주’ 당시 초반에는 등장조차 없던 설설희(서하준) 캐릭터가 돌연 극 후반부 남주인공급으로 부상하며 서사의 핵심 인물이 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우리 삶에서 나와 전혀 관련 없던 인물이 어느 순간 내 인생의 중요한 인물이 될 수 있듯, 인생의 변칙성을 드라마에 투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 변칙적인 전개가 개연성이라는 근본을 무시하고 남용될 때 ‘막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오로라 공주’에서 개 ‘떡대’가 돌연사하거나, ‘하늘이시여’에서 소피아(이숙)가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웃다가 죽는 장면이 그랬다.

임성한 작가만의 유려한 완급 조절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역량이다. 대개 일일드라마 시절 발휘된 이 능력의 비밀은 ‘의미 없는 대사’에 있다. 한 회차 내내 음식, 건강 관리 등 줄거리와 별 관련 없는 사소한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시청자들의 호흡을 느슨하게 한 뒤, 돌연 막판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클로즈업하거나 결정적인 대사를 툭 던져버린다. 긴장감을 순식간에 끌어올리고 미련 없이 끝내는 방식이다.

시청자들은 ‘대체 이게 뭐야?’ 하는 생각에 결국 다음 회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강력한 중독성이다. 비록 막상 다음 회차를 봤더니 별 것 없던 소위 ‘낚시용’ 장면이었을 때도 잦아 시청자들에게 ‘속았다!’는 감정을 들게 하지만, 작가의 작품에 채널을 맞추게 하는 원동력이다.

‘또 속겠지?’ 싶지만 기다려진다. 실제로는 임성한 작가가 탄탄한 글 솜씨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머리 위에서 작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때 보여준 치밀한 설계도 마찬가지다. 시즌1 내내 남편을 향한 세 아내의 믿음을 강조하며 평소보다 전개가 느릿했는데, 알고 봤더니 시즌2의 폭발력을 위한 촘촘한 과정이었다. 세 아내가 느끼는 것과 동일한 분노를 시청자들에게 유발하기 위해 한 시즌을 할애한 임성한 작가의 치밀한 전략이었다.

임성한 작가가 공백기 동안 자신의 펜을 얼마나 또 날카롭게 다듬었을지 지켜볼 만하다. 신예 발굴 전문가답게 이번에는 걸그룹 핫이슈 출신인 김형신이 ‘백서라’라는 예명을 받고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고 한다. 새 신데렐라 백서라와 함께 임성한 세계가 다시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