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 구단 몰래 소통앱 운영
구단들 “전혀 몰랐다”
소속 선수 상업 목적 이용
리코 “우리와 다른 회사”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리코에이전시가 구단과 사전 협의 없이 팬 소통앱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선수 활동 기간에 선수를 활용해 상업적 수익을 창출했다.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독자적으로 운영한 소통앱에 축하 메시지가 20만원에 달하는 등 가격 정책 역시 충격을 키웠다.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리코에이전시는 지난 8월부터 팬 소통앱 ‘스포디’를 운영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11월30일 이전까지 선수들은 ‘활동 기간’에 해당한다. 이 기간에 모든 상업적 노출·활동은 구단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리코에이전시는 어떤 구단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 취재를 통해 확인된 구단들의 반응은 동일했다. “협의한 적 없다”였다.
특히 일부 구단은 본지와 통화에서 “스포디가 리코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라는 사실조차 스포츠서울 덕분에 처음 알았다”고 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시즌 중 활동 기간에 선수 이미지를 활용한 상업 플랫폼을 구단 동의 없이 운영한 것은 심각하다”며 “임원진 보고를 올렸다. 분명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퍼블리시티권(초상권·이름·이미지)이 대리인에게 위임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 광고·게임 등 특정 상업 프로젝트에 한정되며 ‘상시 운영되는 사업’은 허용 범위가 아니다. 이번 사안은 그 경계를 벗어났다.
선수협은 대리인에게 최대 2년간 퍼블리시티권 위임을 허용하지만, 이는 특정 프로젝트 단위다. 지속적·상시적 운영 플랫폼은 규정 밖이다. 시즌 중 팬 소통앱은 사실상 ‘연예인형 수익 모델’이며, 이는 선수 보호를 위한 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
구단은 선수 유니폼·등번호·사진·이미지 등 모든 자산을 관리한다. 그런데 에이전시가 이를 무단 사용했다. 구단 공식 홍보 체계를 우회한 셈이 됐다. 일부 구단은 “구단 자산이 제3자에게 상업적으로 활용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선수의 시간·노출·이미지를 관리하는 주체가 구단이 아닌 대리인이 된다. 이 구조는 향후 선수 관리·스케줄 조율 과정에서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시즌 중 운영하면, 선수의 휴식·정신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수협 관계자는 “규약에 소통앱에 대한 구체 조항은 없지만,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본다. 관련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가격 역시 논란이다. 해당 앱은 연예인 버블 방식과 유사하다. 기본 이용료가 선수당 월 4500원, 생일·특별 메시지는 20만원에 달한다. 시즌 중 선수들의 커리어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고가의 유료 메시지가 요구되는 구조는 팬·구단 모두에게 부정적 반응을 낳았다.
본지와 연락이 닿은 이예랑 대표는 통화에서 “염연히 말하자면, 리코와 운영체가 별개인 곳이다. 대표자만 내 이름만 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아직 테스트 중인 앱이다. 악플 대신 팬 응원만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선수들의 경기 시간인 저녁 시간에는 운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구단 및 선수협 협의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답변은 없었다. “구단 대신 선수협과 소통했다”고 했는데, ‘협의’는 아니었다. 이 대표도 “의논만 나눴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인정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