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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학이 이호준에게 강력한 펀치를 성공시키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지난 9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굽네몰 ROAD FC YOUNG GUNS 45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ROAD FC 역사에 새 기록도 추가됐다. 만원 관중으로 뜨거운 응원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였다. 승리와 패배, 파이터들의 희비가 엇갈렸지만, 케이지에 올라가 경기를 뛴 모든 선수들이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 타격으로 여성 파이터의 새 역사를 쓴 박지수와 박하정

굽네몰 ROAD FC YOUNG GUNS 45는 총 6경기 중 2경기가 여성 파이터들의 대결이었다. 박지수(19, DO IT MULTI GYM)가 이은정(25, 팀 피니쉬)과 대결했고, 박하정(21, 제주 팀더킹)은 박나영(18·순천FREE GYM / TEAM HON)을 상대로 ROAD FC 첫 승을 노렸다. 같은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던 파이터들의 경기에서 새 기록이 나왔다. 가장 먼저 제 2경기에 출전한 박지수가 데뷔전에서 ROAD FC 여성 파이터 최단 시간 승리 기록을 경신했다.

박지수는 경기 초반 저돌적으로 공격해온 이은정의 러쉬에 침착하게 대응하며 반격했다. 이은정보다 긴 리치를 활용한 타격으로 데미지를 줬고, 바디킥도 섞어가며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다.

박지수의 공격에 이은정은 곧바로 뒤로 밀리며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빠르고 정확한 타격에 미처 가드를 올릴 틈도 없이 공격을 허용, 1라운드 25초 만에 무너졌다.

1라운드 25초에 경기가 끝난 건 ROAD FC 여성 파이터 경기 중 최단 시간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6년 5월 14일 후지노 에미가 ROAD FC 031에서 리어네이키드초크로 홍윤하를 꺾으면서 세운 47초의 기록이었다.

새 기록이 탄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위 기록도 나왔다. 제 4경기에 출전한 박하정에 의해서다.

박나영과 대결한 박하정은 타격이 강점이 파이터답게 타격으로 기록을 세웠다. 박나영의 안면에 펀치를 적중, 다운을 만들어내며 순식간에 경기를 끝냈다. 박나영이 쓰러지자 박하정은 파운딩 공격을 시도했는데, 급히 심판이 제지하며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박하정의 기록은 40초. 박지수에 이은 2위 기록이다. 박지수가 이날 새 기록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박하정이 ROAD FC 여성 파이터 최단 시간 승리 기록을 가져갈 수 있었다.

◇ ‘코리안 마우이’ 오일학과 한국 귀화 원하는 김성오의 간절함이 만든 값진 승리

화끈한 경기로 기록들이 나온 가운데 오일학(17·팀 스트롱울프)과 김성오(24·팀 모이라)는 간절함으로 승리를 만들어내며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다. 먼저 오일학은 필리핀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의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파이터다. 2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 손에 자라며 형과 함께 살아왔다.

현재 팀 동료인 박정은의 어머니와의 인연으로 격투기를 시작한 오일학은 아마추어 무대인 ROAD FC 센트럴리그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지난 9월 굽네몰 ROAD FC YOUNG GUNS 44에서 진익태를 꺾으며 데뷔전에서 승리했다. 승리 후 오일학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일학은 ROAD FC에서 챔피언이 되며 효도하는 것이 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 승수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이호준과의 대결에서 승리가 간절했던 이유다.

이호준과의 경기에서 오일학은 날카로운 공격으로 난타전을 벌이며 박수를 받았다. 비록 상대를 KO 시키지 못했지만,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선 강심장이 돋보였다. 오일학은 심판 전원일치로 이호준을 꺾었다.

김성오도 사연이 있는 파이터다.

김성오는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본 단체 그라찬 플라이급 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실력자다. 그런 그가 ROAD FC에 온 건 어머니의 나라에서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리그인 ROAD FC 센트럴리그에 출전, 한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도전했고, 굽네몰 ROAD FC YOUNG GUNS 45에서 기회를 잡았다.

김성오의 실력은 뛰어났다. 박석한을 상대로 빠른 스텝과 타격을 살려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이며 1라운드 2분 45초 만에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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