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강지윤기자] 동트기 직전이 가장 깜깜하다.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어둠은 온데간데없고 빛에 점령당한 푸르른 새벽이 나타난다. 이제 막 깨어난 새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 그래서 새벽은 아름답다.


1세대 뷰티 유튜버 새벽(이정주·29)은 지난해 림프종 혈액암을 선고받았다. 금방 나을 수 있는 암이라며 담담하게 치료를 시작했지만, 경과는 좋지 않았다. 6차 항암치료를 끝내고 시중에 있는 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어 임상시험에 참여 중이다.


그는 투병 과정을 유튜브에 담기 시작했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583만 조회수를 기록한 '삭발 영상'으로 영국 공영방송 BBC가 인터뷰를 요청했을 정도다. "영상으로 남기면 누군가는 공감하고 위로받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이 맞았다. 지금도 댓글란에는 암을 극복한 이, 암과 싸우고 있는 이, 암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있다.


새벽은 스스로 좀 더 강해졌다고 말한다. 내일 죽어도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꿈꾸던 일을 하나하나 해내고 있다고. 유튜브를 운영하고 병원을 오가며 지난 6월 화장품 브랜드 '주인공'을 론칭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 새벽을 강남구에 위치한 아이스크리에이티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Q. 코로나19로 시끄러운 요즘이에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요즘은 행사도 없고 미팅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라 집 밖에 나갈 일이 없어요. 사무실도 집과 같은 건물에 있거든요. 엘리베이터만 타고 다니는 정도예요.


최근에 새 식구가 생겼어요. 고양이를 입양했거든요. 그래서 더 집에만 있고 싶어요. 하하. 장애묘라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은데 받는 게 더 많아요. 행복하고 챙겨주는 것도 좋고요.


Q. 건강은 어떠세요?


아직 치료 중입니다. 임상시험 중인데 지금까지는 다 실패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약이 못 들어오기도 하고, 프로젝트가 무산되기도 해서 잠시 멈춘 상태인데 추석 전엔 새로운 약을 쓸 것 같아요.


Q. 작년 2월 스물여덟이라는 어린 나이에 림프종 진단을 받았어요.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담담했어요. '현대의학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치료하면 된다잖아' 정도였죠.


오히려 그 후가 힘들었어요. 6개월 정도 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았거든요. 임상실험을 실패할 때마다 새롭게 선고받는 느낌? 아니 아직 너 못 나았어.


Q. 항암치료 과정을 기록하고 있어요.


안 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요. 행복하든 불행하든 이 순간을 순간대로 간직하면 큰 선물이 될 것 같더라고요. 저는 계속 제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이었으니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 뿐이죠.


Q. 삭발하는 영상을 게재해서 화제가 되었어요.


탈모가 시작되며 밤새 (암 환자들이 쓴) 게시물을 찾아 미친 듯 읽었어요. '내일은 머리를 깎으러 가요', '탈모 때문에 힘들어요' 같은 내용이었고 응원의 글이 아닌 힘듦을 토로하는 내용인데도 위로가 되더라고요. 가장 큰 위로는 공감이라는 말에 동의해요. 삭발 과정을 생생하게 남기면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어요.


Q. 뷰티 유튜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블로그를 운영 중이었어요. 사진이 다 주지 못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화장법 같은 경우엔 더욱요. 내 콘텐츠에 차별점을 줄 수 있는 게 뭘지 생각하니 영상이었어요. 올릴 곳을 찾다 유튜브를 알게 되었고요. 앞으로 사람들이 영상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 유튜브가 이렇게 큰 시장이 될 줄은 몰랐어요. 구독자 수가 뭔지도 몰랐다는 걸요.


Q. 새벽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새벽을 되게 좋아해요. 잠 못드는 감성적인 새벽이 아니라 부지런히 일어나 맞는 새벽이요. 대학교 시절 항상 4시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나 영어 학원이나 수영을 다니며 그 시간을 활용했어요.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장점이 성실하고 부지런한 거거든요. 그걸 잘 보여주는 이름인 것 같아 쓰게 되었어요.


Q. 정말 부지런한 것 같아요. 구독자 62만명을 돌파했고 화장품 브랜드까지 론칭했어요.


림프종과 싸우며 내가 내일 죽어도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당장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생 꿈만 꾸었던 것을 서두른 거죠.

 

브랜드의 방향성도 병원에서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제가 예쁘게 나오고 모델을 하는 걸 좋아했는데 내가 이걸 좋아하면 모두가 좋아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그렇게 살며 하고 싶은 걸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브랜드 네임을 '주인공'으로 지었어요.


Q. 투병 생활이 건강한 생각으로 이어진 거네요.


좀 강해졌어요. 더 마음대로 살고 남 눈치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짙어졌죠. 정말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걸 잠깐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 맞다, 나 이렇게 살기로 했었지'라는 걸 상기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Q. 이런 에너지는 어디서 오나요?


'몰라! 뭐 어떻게 해. 이렇게 됐는데 어쩌라고!' 같은 마인드가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하하. 뭐 이미 걸렸는데 어떻게 해요. 치료해야죠.


또 농담이요. 제가 농담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게 도움이 돼요. 암에 걸렸을 때도 암 환자 드립을 쳤어요. '나 이거 하다가 암 걸렸잖아'라는 식으로요. 웃어넘겨 버리면 별 게 아니니까.


Q. 메이크업 영상도 꾸준히 올리고 있어요. 새벽에게 화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암, 너는 있어라, 난 내 일 할거야'라는 의지 표현이요. 전과 다른 의미로 (화장이) 특별해졌어요. 민낯이 예전 같지 않거든요. 병색이라는 게 정말 존재해요. 투병을 공개했음에도 아파보이는 것에 병적으로 집착하게 되고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요.


Q. 남자친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새벽을 여는 건'이라는 커플 채널도 운영 중이고요.


엄마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안 나거든요? 그런데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나요, 너무 애틋해서.


얘를 만나려고 제 운을 다 쓴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거에 후회도 원망도 없어요. 그 운을 너무 잘 쓴 것 같아요. 자다 일어나서도 이 사람이 내 사람인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재 자체가 힘이 돼요. 부럽죠?(웃음)


Q.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거창한 계획은 없이 무탈하게 유튜브를 운영하고 싶어요. 구독자들과 소통 하고 변화하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싶고요. 명확하게 계획 중인 건 낫는 거요. 그건 계획에 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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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강지윤 기자 tangerine@sportsseoul.com, 새벽 제공,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