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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세계인의 야구축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한창이다. 야구강국이라 자부하던 한국은 WBC에서 상대적 약팀으로 꼽힌 호주(7-8), 숙적 일본(4-13) 등에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변화와 발전 없는 한국 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e스포츠업계도 WBC를 교훈삼아 변화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e스포츠는 오는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 채택되면서 세계적인 위상도 높아졌다. 메가 스포츠이벤트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게임·e스포츠가 더 이상 특정계층만의 향유물이 아닌 많은 이가 즐기는 문화로 성장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좋은 기회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사례처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 해당 종목 인기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이 국내 e스포츠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아시안게임 e스포츠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피파온라인4,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하스스톤 등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게임이 대거 포함됐다. 여기에 아레나 오브 발러(왕자영요), 몽삼국2, 도타2, 스트리트파이터V 등도 8종목이 아시아 최강국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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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보면,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종목은 리그 오브 레전드에 불과하다. 다른 종목은 메달권 진입이 불투명하다. 피파온라인4를 비롯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하스스톤 등은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강세를 보인다. 게다가 왕자영요, 도타2, 몽삼국2는 선수기반이 취약해 국가대표 구성도 못한 현실이다.
일각에선 모바일 e스포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PC 보급률이 높은 한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은 PC보다 모바일게임 e스포츠가 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IT강국인 한국이 모바일 종목에서 선수층 취약, 투자 미흡 등 생태계가 활성화하지 못한 것은 업계관계자들이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다양한 인재양성을 위한 생태계 확장에 정부와 협회, 기업 등이 나서야 한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모바일게임 왕자영요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밀어넣기 위해 전 세계 리그로 확대하는 등 e스포츠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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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라 자부한다. 하지만 인재양성과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종주국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올해 WBC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건 십수 년간 이어진 위험신호를 정부를 포함한 체육관계 기관과 야구계, 산업 관련 종사자가 무시하거나 외면한 탓이다.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훈련할 권리를 박탈하거나, 기술향상을 위해 성장기 청소년에게 나무배트 사용을 종용하는 등의 잘못된 정책에, 구단이기주의에 따른 이합집산이 일반화하면서 저변과 생태계 자체가 와해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 최강국 반열에 오른 엄청난 성과에 도취해 무위도식하려는 쪽으로 종사자들의 집단지성이 발전해 세계적인 놀림감으로 전락했다.
e스포츠도 세계 대회에서 야구처럼 좌절하지 말란 법이 없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지금이라도 올림픽 등 국제 메가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e스포츠 종목 투자 및 선수양성에 나서야 할 때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