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윤세호기자] 누군가는 쉬어야 하는데 그 누구를 정하는 게 쉽지 않다. 한 명을 백업으로 규정하면 결정이 쉽지만 그러기에는 외야수 5명 모두 팀에 필요하다. 결국 체력안배와 상대를 고려해 조화를 고민해야 한다. LG 염경엽 감독이 외야진 주 5일 근무를 두고 행복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염 감독은 지난 23일 문학 SSG전을 앞두고 “누구를 쉬게 해야하나 엄청 고민을 한다”며 “해민이 인터뷰도 봤다. 전경기 소화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선수다. 선수 입장도 이해 한다. 그런데 길게 봤을 때는 한 번씩 쉬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사람이니까 계속 뛰면 지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민한 결과는 좌익수 이재원, 중견수 박해민, 우익수 홍창기, 지명타자 김현수였다. 문성주가 대타로 대기하며 휴식을 취했다. 홍창기와 박해민이 테이블세터를 이뤘고 둘은 6번의 출루를 합작했다. 김현수도 볼넷 2개를 골라 테이블세터와 함께 공격 흐름을 이어갔다.

4회초 5득점 빅이닝의 시작은 선두타자 김현수의 볼넷 출루였다. 이재원 또한 4회초 2사 만루에서 유인구를 참아내며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선발출전한 외야수 4명 모두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렇다고 문성주를 백업으로 단정지을 수도 없다. 문성주는 23일까지 타율 0.333 출루율 0.432 OPS 0.822를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 0.437의 홍창기와 리그 출루율 1위를 두고 경쟁 중이다.

◇23일 기준 LG 외야수 5명 타격지표

그냥 OPS, wRC+ 위주의 타격지표만 보면 좌익수 이재원, 중견수 홍창기, 우익수 문성주, 지명타자 김현수가 될 수 있지만 수비와 주루 플레이도 무시할 수 없다. 상대성 또한 중요하게 작용한다. 박해민은 지난 3번의 SSG전에서 타율 0.545(11타수 6안타)로 활약했고 그 모습이 23일 경기에서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래서 고안한 게 지명타자 제외 외야수 주 5일 근무다. 기본적으로 외야수로 출전한 선수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라인업에서 제외된다. 21일 잠실 한화전에서 박해민, 19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이재원이 휴식을 취했다. 20일에는 오스틴 딘이 위염으로 쉬었고 이재원이 1루를 보면서 외야 5명이 모두 뛰었다.

물론 마냥 쉬지는 않는다. 때로는 반차 개념으로 결정적인 순간 대타로 나선다. 21일 박해민은 찬스에서 대타로 출전해 리드폭을 넓히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주 5일제와 5.5일제가 두루 적용된다. 그만큼 팀은 강해진다.

염 감독은 “이렇게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면 재충전을 유도하면서 대타 카드도 확보하게 된다. 4월에는 부상자가 많아서 대타 없이 경기를 치렀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감독 입장에서 경기를 운영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앞으로도 우리는 중요한 순간마다 강한 카드를 펼칠 수 있다”며 풍족한 라인업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은 한 여름, 그리고 후반기다.

염 감독은 “선수는 무더운 여름이 되면 쉬지 말라고 해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한 명씩 돌아가면서 쉬면 여름에 피로가 덜할 것이다. 여름에 지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이 힘들다고 느끼기 전에 쉬게 해주면서 지치는 것을 예방하는 게 내 원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획이 성공하면 7, 8월 레이스를 선점하고 시즌 막바지 승부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LG는 지난해에도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다가 9월부터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2022시즌 팀 타율 0.269 팀 OPS 0.742를 기록했는데 9월부터 10월까지 치른 32경기에서는 팀 타율 0.251 팀 OPS 0.679로 떨어졌다. 꾸준히 SSG의 뒤를 쫓기는 했는데 뒤집지는 못했다.

마지막에 웃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일찍이 관리와 휴식을 머릿속에 넣었다. 내야진도 그렇다. 염 감독은 지난 21일 경기에서 신민재를 주전 2루수로 기용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체력안배를 위한 선택이었다. 염 감독은 손호영이 돌아오는 6월말에는 내야진도 외야진처럼 주 5일 근무를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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