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이 정도면 ‘신드롬’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서 조건부 출전 속 다섯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따낸 방신실(19·KB금융그룹)이 돌풍을 넘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KLPGT가 조금 더 대중적 인기와 지지기반을 가진 산업이었다면 방신실을 모델로 한 각종 굿즈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기세다. 방신실이 챔피언조 도전 2전3기 끝에 우승을 따낸 E1 채리티 오픈에는 사흘 내내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꽤 많은 갤러리가 우산을 쓴채 그의 챔피언 도전을 지켜봤다. 약관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남자 선수에 버금가는 드라이버 비거리 300야드 이상 장타를 뻥뻥 뿜어대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다.
173㎝ 장신이 만들어내는 큰 스윙아크와 빠른 헤드스피드, 폭발적인 비거리는 아마추어 골퍼의 로망이다. 시원하게 뻗어가는 호쾌한 장타는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탄성을 자아내며 바라볼 수밖에 없다. 골프 스윙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공을 멀리 똑바로 보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도 공과 페이스가 만들어내는 경쾌한 파열음에 총알이 날아가는 듯한 소리로 비행하는 골프공에서는 눈을 떼기 어렵다. 이 엄청난 퍼포먼스를 10대 소녀가 만들어 냈으니, 그 자체가 스타성이다.
7세 때 처음 골프를 시작한 방신실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코오롱·용인컨트리클럽배 경인일보 전국 꿈나무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8년 송암배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준우승, 2019년 블루원배 한국 주니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제주도지사배 주니어골프 선수권대회 준우승 등 중학교 때 이미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했다.
2020년부터 3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지난해는 오거스타 내서널 우먼스 아마추어대회에 출전해 한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8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재목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됐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되면서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프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정규투어 시드전에서 40위에 그쳐 조건부 출전권을 따내는 데 그쳤고, 지난겨울에는 드라이버 비거리 향상을 높이기 위해 스윙을 교정하느라 드림투어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갑상샘 항진증으로 고생한 탓에 신체 밸런스도 깨져 두 배의 고난을 겪었다.
병마를 이겨내고, 바꾼 스윙을 체득하고, 원래 경기력을 회복하자 ‘넘사벽’ 비거리로 다섯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따냈으니, ‘방신실 스토리’도 팬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역경을 딛고 정상에 등극하는 스포츠 스타의 스토리는 클리셰이지만 대중이 갈구하는 요소다. 이 역시 300야드 이상 장타를 뿜어내지 않았더라면 폭발력이 약했을 수도 있다.
방신실은 “국가대표 때도 장타인 편이었지만 올해 동계훈련에서 스윙 스피드 훈련을 한 시간씩 하루 세 번했다. 덕분에 20야드가량 더 늘었다”고 말했다. 골반과 상체가 좌우로 흔들리던 단점을 개선하고, 지면반력을 활용한 스윙을 장착했다. 유연성과 밸런스감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동작인데, 두 달가량 전지훈련 기간에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다.
몸이 가진 에너지를 쓸 수 있는 밸런스를 만든 뒤 힘을 증폭할 수 있는 가속구간 장착에 열을 올렸다. 그는 “야구배트처럼 생긴 훈련도구로 빈스윙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120% 힘으로 빈스윙하면서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을 정도가 되자 스윙스피드가 시속 100마일을 훌쩍 넘어갔다.
원하는 스피드를 만들어낸 뒤에는 정확성에 초점을 맞췄다. 300야드 장타를 원하는 곳에 떨어뜨릴 수 있으면 천하무적이 된다. 실제로 방신실은 E1 채리티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14번의 드라이버 티샷(우드 포함) 중 딱 한 번(18번홀)을 제외하고는 모두 페어웨이를 지켜냈다.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우승으로 체득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