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무선호출기도, 휴대전화도 상용화되지 않은 20세기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노아(앤서니 라모스)는 남다른 IT기술력을 지녔지만 어찌된 일인지 군 제대 후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곤 한다.

설상가상 아픈 동생의 병원비도 밀려있는 상황. 급전이 필요했던 노아는 차량절도를 권하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지하주차장에 장기 주차된 포르쉐의 문을 따고 탑승한 노아는 “모든 오토봇에게 알린다”는 지령과 함께 핸들도, 브레이크도 말을 듣지 않는 차에 갇히고 만다. 그는 의도치 않게 외계에서 온 자동차 로봇들의 전쟁에 휘말리고 나아가 지구의 운명까지 짊어진다.

6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비스트의 서막’은 2007년 시작된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7번째 시리즈다.

할리우드 스타 감독인 마이클 베이 감독이 5편까지 연출한 외계 로봇이 자동차로 변신하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각효과를 보여주며 1편 740만 명, 2편인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년)이 750만 명, ‘트랜스포머3’(2011년)가 77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하지만 매 번 반복되는 스토리 전개와 개연성 부족, 비슷한 볼거리에 갈수록 관객 수가 줄어들었다. 결국 ‘비스트의 서막’은 ‘트랜스포머’의 오랜 팬을 자처한 할리우드 신예 감독 스티븐 카플 주니어 감독을 영입하고 마이클 베이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제작과 기획으로 빠졌다.

트랜스포머 초창기부터 시리즈의 얼굴이던 샤이아 라보프, 4편과 5편의 주연이던 마크 윌버그 대신 영화 ‘스타이즈본’ 등으로 얼굴을 알린 안소니 라모스가 주연 자리를 꿰찼다.

새 감독, 새 주연배우 등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은 만큼 자동차 군단에서도 새 얼굴이 활약한다. 노아가 절도를 시도한 슈퍼카 포르셰 ‘미라지’는 신기루라는 이름처럼 홀로그램 분신기술로 똑같은 모습을 여러 대 만들어 추격군단을 따돌리곤 한다.

포르셰 911 클래식카인 포르셰 964의 미끈한 자태가 미라지의 수다스러움과 겹쳐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간을 경계하는 옵티머스 프라임과 달리 인간에게 호의적이고 호기심 많은 미라지는 브루클린 주택가의 2층 노아 방을 엿보다 남의 차를 부수기도 하는, 미워할 수 없는 사고뭉치로 설정돼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지구를 표류하는 오토봇 군단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열쇠인 트랜스워프 키를 찾아 나선다. 수천만년 전 테러콘들과 싸운 맥시멀 종족은 트랜스워프키를 뉴욕의 한 박물관과 남미에 보관해 놓았다.

영화는 오토봇과 함께 트랜스워프키를 찾아나서는 맥시멀 종족을 새롭게 소개한다. 영화 ‘킹콩’을 연상시키는 고릴라나 치타, 매, 코뿔소같은 동물 로봇은 그 자체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가장 전투력이 강한 동물들을 형상화한만큼 액션도 기존과 차원이 다르다.

트랜스워프키를 찾는 과정을 그리기 위해 6개월간 진행한 페루 로케이션 촬영은 광활한 자연 풍경과 잉카 문명 마추픽추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들을거리도 풍성하다. 90년대 강렬한 힙합비트가 인상적인 OST들은 X세대 관객에게는 추억소환을, MZ세대 관객에게는 새로운 ‘힙’을 안긴다. 릭 역의 토베 엔위그위는 BTS와도 협업한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나스와 콜라보 해 OST ‘온 마이 소울’(On My Soul)을 완성하기도 했다.

볼거리는 다채롭지만 상투적이고 진부한 영화의 메시지는 ‘옥에 티’다. 노아가 지구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오토봇 군단의 전투에 참여하거나 “함께 있을 때 강하다”는 옵티머스프라임의 메시지를 강조한 엔딩은 지나치게 예측 가능하다.

라틴계인 노아와 더불어 트랜스워프키를 함께 찾아나서는 박물관 인턴 엘레나(도미니크 피시백)가 흑인으로 설정돼 인종차별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은 최근 할리우드의 ‘정치적 올바름’ 현상을 녹인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조차 새롭지는 않다. 영화는 미국에서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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