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아쉽지만 한국의 저력 보여줘”

[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불발됐다. 이에 정부와 부산시, 국회, 대기업 등 민관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유치 과정에서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줬다.

기업과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정부와 ‘원팀’이 돼 세계 곳곳을 발로 뛰며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런데도 유치에 실패했지만, 적극적인 교섭 활동을 편 덕에 부산의 브랜드 가치를 최고 수준으로 높였으며, 한국 위상 또한 높아졌다는 평가다.

◇ 경제단체들 “국가 위상 높였다”

지난 29일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 후 경제단체들은 한국의 위상을 알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한 측면에서 부산엑스포 유치전이 값진 자산으로 남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에서 “국민들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각 나라는 소비재부터 첨단기술, 미래 에너지 솔루션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과 파트너십을 희망했다”며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글로벌 인지도 강화,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등 의미있는 성과도 얻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 국가적 노력과 염원에도 부산엑스포 유치가 좌절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비록 이번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정부, 경제계, 국민이 모두 ‘원팀’이 돼 열정과 노력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 다양한 국가들과의 교류 역시 향후 한국 경제의 신시장 개척에 교두보가 되고, 엑스포 유치를 위한 노력과 경험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리더를 넘어 글로벌 리딩 국가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번 유치 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영계는 유치 활동에 전념한 값진 경험과 정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경제주체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비록 최종 유치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준비하는 과정 만큼은 대한민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 전 세계 누비며 유치 활동 펼쳤던 총수들…글로벌 네트워크 다져

전 세계를 발로 뛰며 부산엑스포 유치에 공을 들여온 재계 총수들도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그러나 엑스포 유치 성과는 거두지 못했어도 유치 활동을 통해 전 세계에 기업을 알리고 네트워크를 다진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부산엑스포유치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까지 하며 세계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유치 활동을 펼쳤다. 엑스포 유치로는 이어지지 못했으나, SK 내부에서는 최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유치 활동 과정에서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발굴한 부수 효과가 상당하다고 평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시로 해외를 오가며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태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엑스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그간 지원 활동에 매진했다. 외국 출장을 통해서도 부산엑스포 알리기에 주력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LG 주요 경영진도 엑스포 개최지가 최종 발표되는 순간까지 주요 전략 국가를 대상으로 유치 교섭 활동을 적극 이어갔다.

그룹의 실질적 연고지가 부산인 롯데그룹의 경우 아쉬움이 더 컸다. 부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롯데는 지난해 7월부터 일찌감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TF를 구성해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였고, 신동빈 회장도 직접 발로 뛰며 한표에 힘을 보탰다.

◇ 부산시, “실패했지만 자산으로 남았다”

부산시는 2014년 7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처음으로 나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정부 대표와 함께 지난 2021년 6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국을 방문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신청서를 냈다.

당시 엑스포 유치에 뛰어든 국가는 한국(부산),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 우크라이나(오데사), 러시아(모스크바) 등 5개국이었다. 모스크바와 오데사는 전쟁에 휘말려 후보국 자격을 박탈당했고, 사실상 부산과 리야드가 엑스포 유치 후보 도시로 2강 체제를 구축했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5월 2030세계 박람회 부산 유치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민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부산시는 지난해 8월 엑스포 유치 전담 조직인 2030 엑스포 추진본부 규모를 4개 부서 70명으로 확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올림픽과 월드컵, 등록 엑스포 같은 3대 국제행사는 한 번에 유치에 성공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면서 “이번 엑스포 유치과정에서 입증한 부산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2035년 엑스포 유치에 재도전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