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2004년 11월. 삼성은 불과 몇 주 전 한국시리즈(KS)에서 치열하게 맞붙은 현대 핵심 선수 둘을 총 99억원이라는 거액에 영입했다. 늘 우승후보로 꼽혔던 삼성이 슈퍼팀으로 진화한 순간이었다. 삼성은 2005년과 2006년 당연한 일인 것처럼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022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SSG처럼 정상을 바라보고 거액을 쏟아부은 사례도 있다. 당시 SSG는 국내 선수 상위 28인 연봉 총액이 137억7800만원에 달했다. 10구단 평균 71억7120만원보다 66억원가량을 더 썼다. 상위 40인 연봉 총액은 무려 248억7512만원이었다.
이제는 어렵다. 자금력을 앞세워 슈퍼팀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건 옛날 얘기가 됐다. 2023년부터 도입한 샐러리캡 제도로 인해 ‘무한 지출’로 최강팀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샐러리캡 기준선인 연봉 상위 40인 114억2638만원을 초과하면 제재금을 내야 한다. 1회 초과시 초과분의 50%, 2회 초과시 초과분의 100%와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모그룹 지원으로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을 진행하는 KBO리그 구조상 ‘제재금’이라는 단어는 무겁게 다가온다.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 하락도 구단 운영에 치명타다. 현재만 바라보다가 미래를 잃어버리기 쉽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샐러리캡 제도를 발표하며 ‘리그 상향 평준화’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는 샐러리캡 시행 2년 차인 올해 현실이 됐다. 모든 구단이 우승 혹은 가을 야구를 바라본다. 2024시즌 전반기 1위 KIA 승률이 0.593, 10위 키움 승률은 0.432다. 꼴찌도 1위를 잡는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키움은 KIA를 17-6으로 꺾었다.
강팀이 전력을 보전하기 힘들다. SSG는 샐러리캡 초과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 고연봉자를 제외했다. 2022년 역사에 남을 연봉 총액을 기록한 것도 이른바 ‘한해 몰아주기’로 이듬해 샐러리캡 기준선을 피한다는 계산이었다. 지난해 우승팀 LG 또한 외부 FA 영입은커녕 내부 FA 사수에도 애를 먹었다. 10구단 중 8구단이 샐러리캡 기준선인 114억2638만원에 근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향상’보다는 ‘보전’에 무게를 둔다. 비FA 다년 계약으로 FA를 앞둔 핵심 선수를 묶고 전력 향상은 육성으로 이루려 한다. 물론 육성에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2023 신인 드래프트부터 전면 드래프트 체제로 바뀐 만큼 하위 팀에 뛰어난 신예가 쏠린다.
이렇게 바뀐 제도로 모두가 10월 야구를 꿈꾸는 평준화 시대에 돌입했다. 현장은 물론 프런트 오피스의 역량이 현재와 미래의 순위표를 결정짓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