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 기자]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도 대한축구협회(KFA)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박지성은 12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문화행사 ‘MMCA 플레이: 주니어 풋살’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체계를 바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5개월 전이 마지막이었다”라며 “지금은 체계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다.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올바른 선임 절차를 밟는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축구대표팀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뒤 차기 감독을 물색해 왔다. 3월과 6월에는 임시 감독 체제로 치렀다. 정해성 위원장을 비롯한 전강위는 100명에 가까운 감독 리스트를 꾸렸으나, 돌고 돌아 홍명보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박지성은 “5개월 동안 국내파 감독 선임론이 나올 때마다 상당히 여론과 평가가 좋지 않았다. 선수들은 국내파 감독을 선임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을 텐데,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일 것”이라며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시기다. 축구인뿐만 아니라 팬 역시 가장 아쉽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선배로서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실력을 뽐낼 환경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기분”이라고 말한 박지성은 “KFA에서 일한다는 게 현재는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며 “결과야 어떻든, 과정 속에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강위에서 활약하다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회의 과정을 솔직하게 말한 박주호에 대해서는 “차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무력감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본다. 결국 행정 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올바른 시스템이 없다면 좋은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은 선배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회장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새 감독이 부임한 뒤 기대감을 갖고 시작해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 감독 선임 이후 이런 상황이 지속된 적이 있었나 싶은 상황이다. 솔직히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홍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였다.
그러면서 “회장에 대해선 의견이 많은데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외부 압력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 협회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립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그 답이 맞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결국 회장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