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해임된 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신우석 돌고래 유괴단 대표와 온라인 설전을 벌였고, 뉴진스 멤버들은 하루 하루 심경이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뉴진스 팬덤 ‘버니즈’도 민 전 대표의 임기를 보장하라는 서한을 발송했다. 어도어 김주영 대표가 선임된 뒤 불과 약 일주일만에 벌어진 일이다.
어도어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민 전 대표를 대표직에서 해임하고 김주영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 프로듀싱을 그대로 맡을 것이라고 했지만 민 전 대표는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며 프로듀싱 업무 위임 계약서 서명을 거부하고 반발하고 있다.
비록 민희진 대표는 해임했지만, 하이브는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뉴진스와 함께 가고 싶다는 뜻을 공공연히 피력해왔다. 하지만, 김주영 대표 체제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봉합하지 못하는 그림이다.
◇굳이 이 시기에?…돌고래 유괴단과 불필요한 갈등
내홍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하이브와 민희진 측의 갈등이 뉴진스 뮤직비디오 콘텐츠가 게재된 외부 SNS 계정을 두고 ‘장외 싸움’으로도 번졌다.
어도어는 뉴진스 히트곡 ‘디토’ ‘ETA’ 등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신우석 감독과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했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시기에 뉴진스 멤버들과 팬들의 불안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 감독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협업을 통해 처음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신 대표는 앞서 민 전 대표의 어도어 해임을 반대하는 탄원서에 참여하기도 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뉴진스 팬덤 ‘버니즈’의 언어유희를 이용한 ‘반희수’라는 채널을 만들었다. 반희수의 시선으로 촬영된 멤버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재한 것. 반희수는 ‘디토’ 뮤직비디오에서 뉴진스를 캠코더로 촬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는 반희수 채널의 영상 모두 삭제된 상태다. 최근 공개된 ‘ETA’ 뮤직비디오의 감독판도 삭제 처리됐다.
이에 대해 어도어는 “돌고래유괴단이 자체 SNS 채널에 올린 ETA 뮤직비디오 디렉터스 컷은 과거 광고주와도 이견이 있었던 부분이 포함된 편집물로, 광고주와 협의 없이 무단으로 게시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신 감독이 “상식적으로 세상에 어떤 감독이 자기 작업물을 스스로 불태워버립니까? 제가 그럴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반희수 채널은 제가 연출한 ‘디토’라는 작품의 연장선이었고, 어도어에 굳이 자청하여 아무 보수 없이 팬들을 위해 만든 채널과 영상들이었다. 그런데 제가 이제 와서 갑자기 아무런 동기도 없이 다 삭제해 버렸다는 거냐”고 불쾌함을 드러내며 논란은 가중됐다.
◇“힘들고 고민 많아져, 뉴진스는 멘붕”
앞서 민 전 대표 해임 후 뉴진스 멤버들까지 힘들다는 심경을 토로하면서 어도어 내의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해지고 있다.
뉴진스 멤버 다니엘은 지난 2일 팬 소통 플랫폼 ‘포닝’을 통해 “사실 (민희진) 대표님께서 해임당하시고 여러모로 힘들고 고민이 많아졌다”며 “한동안 약간 멘붕 상태였다. 많이 불안하기도 했고”라고 말했다.
민지도 같은 날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저런 일이 있었다 찾아가서 다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지도 벌써 일주일 정도 돼 간다”며 “찾아와서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는 많은 버니즈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위로해 주고 싶었는데 이번엔 자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엔터 경영 능력 검증 안 된 대표 믿기 어렵다”
뉴진스 뮤직비디오가 사라진 데 이어 멤버들까지 동요하자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뉴진스 팬이라고 밝힌 1445명은 4일 김주영 어도어 대표, 이경준·이도경 어도어 사내이사, 김학자 어도어 사외이사, 이재상 하이브 신임 CEO(최고경영자)를 수신인으로 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뉴진스가 짧은 기간에 이룬 성과는 경영과 제작의 긴밀한 시너지를 통해 성취했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결과로 이를 증명했다”며 “우리는 어도어 설립과 뉴진스 데뷔 직후부터 민 전 대표 하에 구축한 뉴진스의 성장과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어도어의 인력과 체계가 변경·훼손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3년 차에 한창 성장 중인 뉴진스에 현 시기는 너무나 중요하다”며 “뉴진스가 하반기 후속 앨범 제작과 내년 월드투어 계획·준비를 앞둔 상황에서, 업무능력이 증명된 민 전 대표를 배제하고, 엔터업계의 경력도 없고,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김주영 하이브 CHRO(최고인사책임자)를 후임 대표로 선임한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하이브와 어도어를 상대로 ▲ 뉴진스 관련 사항은 멤버들의 의견을 최우선 반영 ▲ 주주 간 계약에 따른 2026년 11월까지 민희진 임기 보장 ▲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명예훼손·모욕·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을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강경하게만 나올게 아니라 뉴진스 멤버들과 팬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민 전 대표와 협상 테이블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와 소송 중이긴 하지만 뉴진스도 ‘엄마’라 부르며 따르던 인물인데다 팬들 역시 민 전 대표에 대한 신뢰가 강하기 때문에 대표직에서 해임하더라도 내부적으로 민 전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하는게 우선으로 보인다. 그래야 팬들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