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파문이요?”
김고은이 갸우뚱했다. 영화 ‘파묘’(2024) 이야기가 아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한 질문이었다. 한국 대중이 퀴어 무비를 접했을 때 보일 반응에 대해 한 기자가 질문하자 곰곰이 생각한 뒤 답했다.
“파문까지는 안 일으킬 거 같아요. 다 똑같은 사람이에요. 영화에서 강요하는 건 없어요. 이런 사람이 있고 저런 사람이 있는 거죠. 그것에 대한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거잖아요.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거로 생각해요.”
극에서 재희 역을 맡은 김고은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소재에 불편할 분도 있겠지만, 세상엔 다양한 삶이 있고 정체성이 있다는 걸 이야기하는 영화”라며 “우리가 다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지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상대역 흥수(노상현 분)는 성소수자다. 비밀을 감추고 살아가고 싶다. 엄마에게 “미국에 가서 살까”라고 말할 정도로 극심한 고민에 휩싸인다. 재희(김고은 분)는 이런 흥수를 이해하고 동거를 하며 성장한다.
노상현이 캐스팅되기까지 1년이란 시간을 기다렸다. 김고은은 “굉장히 귀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다른 작품 촬영을 하면서 이 시나리오가 제작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대학교 1학년에서부터 13년간 서사를 좇아간다. 재희와 흥수가 겪은 성장통이 고스란히 스크린 너머로 전해진다.
“청춘은 아름답고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20대는 불완전한 그 시기죠. 아는 건 없는데 성인이죠. 그럴 때 겪는 과정이 누구나 다 있어요. 누구나 겪기 때문에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영화에요. 그게 있어야 30대가 편하더라고요(웃음).”
재희는 30대에 사회에 자신을 맞춘다. 동시에 신념을 올바르게 드러내는 방식을 찾아간다.
김고은은 “친구들이 직장인이 많다. 이야기하다가도 직장 상사 전화가 오면 톤이 바뀌면서 받는 걸 보며 웃었다”며 “이런 걸 10년 넘게 지켜봤다.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재희도 흥수와 갈등 속에 ‘내가 나를 잃고 있구나’하는 각성이 일어나면서 바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희는 사랑에서도 성숙한다. ‘내가 1순위’라는 공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김고은은 “재희 결핍은 사랑받지 못한 것이었다. 가장 예민한 시기에 큰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나이가 들었다”며 “민준(이상이 분)과 결혼하면서 비로소 1순위가 중요해지지 않았다.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고은은 이 영화를 ‘기분 좋은 영화’라고 정의했다.
“저는 근래에 진짜 기분 좋아서 극장을 나올 수 있는 영화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가슴 깊이에서부터 살짝 울컥도 해지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해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