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좋은 시기에 수술했죠.”
투수에게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 존 수술)은 시련일 수밖에 없다. 다 그런 것은 또 아니다. KIA에는 “잘됐다”고 하는 투수가 있다. 주인공은 ‘왼손 파이어볼러’ 이의리(23)다.
이의리는 지난해 6월 토미 존 수술과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투수는 재활에 최소 1년이다. 1년6개월까지도 본다. 빨라도 올시즌 6월 복귀다. 이범호 감독도, 이의리도 서두르지 않는다.
대신 스프링캠프 명단에는 넣었다. 이 감독은 “피칭을 해야 하는 단계다. 지금 던져야 3~4월에 퓨처스에서 선발 로테이션 돌면서 투구수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의리는 1월25일과 1월31일 두 차례 불펜피칭을 진행했다. 여전히 재활 단계다. 별다른 차질 없이 과정을 밟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의리는 “안 다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급하게 안 하려 한다. 트레이닝 코치님께서 즐겁게 재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다. 결국 내가 한 만큼 나온다. 수술 전보다 발전한 모습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미 존 수술을 받은 모든 선수가 “재활이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의리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쉼 없이 달렸는데, 오히려 좋은 시기에 수술했다”고 했다.
구체적인 이유도 내놨다. “내가 기본기가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수술 후 다시 돌아가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뜯어고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고 강조했다.
KIA 2021년 1차 지명자다. 광주일고 에이스로 활약하며 전국 무대를 주름잡았다. 시속 150㎞를 손쉽게 던지는 왼손투수. 프로에서도 날았다. 2022~2023년 2년 연속 10승에 3점대 평균자책점을 쐈다.
부족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제구가 들쑥날쑥한 감은 있다. 삼진을 많이 잡지만, 볼넷도 적잖이 준다. 변화구 구종가치가 속구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면도 있다. 소위 말하는 ‘완성형’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수술받았다.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구위로 윽박지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제구를 잡고, 변화구를 다듬고, 경기 운영 능력도 키워야 한다. 자기 루틴을 정립하고, 몸 상태도 언제나 최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게 다 기본기다. 프로에 온 이후 1군에서 바로 활약했다. 던지기 바빴다. 성과까지 났으니 또 좋다. 그러나 너무 정신없이 달리기만 한 감이 있다. 이의리 스스로도 적절한 시기에 멈췄다고 본다.
시련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시련이 아닌 셈이다. 싹 ‘뜯어고친’ 이의리가 2025시즌 도중 돌아온다. 진짜 에이스가 성장하고 있다. ‘최강 히든카드’가 여기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