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발 빠른 대응이다. 관세 면제 약속도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관세 협박’에 선제 대응했다.

현대차는 25일(한국시간) “올해부터 2028년까지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산업 등 주요분야에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수장이 미국 대통령과 직접 만났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철강, 부품, 자동차 등의 미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60억달러(약 9조원)를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2019년 서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조지아주에 8500개 이상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에 제철소를 만들어 1300개 일자리를 미국에서 창출할 것”이라며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의 완성을 기념하는 순간이 트럼프 대통령 2기 임기 시작과 맞물려 더 특별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투자계획 발표를 함께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는 대단하다” “정의선 회장을 만나 영광”이라는 추임새로 흥을 북돋웠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자동차를 만든다. 그들은 관세를 낼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혀 ‘미국투자=관세 협박 해제’라는 공식을 재확인했다.

재계는 이른바 대미투자 물꼬를 현대차그룹이 튼 것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관세 협박’을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일본 소프트뱅크와 TSMC 등 반도체 업체들이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가장 먼저 투자를 발표해 삼성, LG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북미 시장을 공략 중인 가전,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날 공개한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자동차 생산이 86억달러(약 13조)로 가장 많고, 부품·물류·철강(61억달러), 미래산업·에너지(63억달러) 등이다. 이번주 준공하는 조지아주 서배너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자동차 상산능력을 50만대로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앨라배마(36만대) 조지아(34만대)에 이어 HMGMA에서 50만대를 생산하면 미국 현지에서만 1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HMGMA 준공에 발맞춰 설비 증설로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부품도 현지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를 루이지애나주에 건립해 관세 등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력을 높일 구상도 하고 있다.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는 자율주행, 로봇, AI, 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한 미국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슈퍼널, 모셔널 사업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