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서울가요대상(SMA·Seoul Music Award)의 역사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 트로트를 빼놓을 수 없다. 댄스, 발라드 등 장르 속에서 트로트의 약진은 서울가요대상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태진아는 제2회 서울가요대상(1991)에서 ‘거울도 안 보는 여자’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 해 강수지, 김정수, 김지애, 김완선, 노사연, 이상우 등 본상 수상자를 제치며 왕좌에 올랐다.
대상 후보 모두 쟁쟁했다.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노사연의 ‘만남’이 발매 2년 뒤 역주행하며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김정수가 ‘당신’으로 KBS 가요대상을 받아 공전의 히트를 했다. 또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강수지의 ‘시간 속의 향기’ 김지애의 ‘몰래 한 사랑’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등도 만만치 않은 인기를 기록했다.

서울가요대상의 선택은 태진아였다. 트로트 가수로서는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트로트 대상 수상자다. 이유가 있다. ‘옥경이’로 1989년 주목을 받은 태진아는 제1회 서울가요대상에서 본상을 받았다. 이듬해 3집에 수록된 ‘거울도 안 보는 여자’ ‘미안 미안해’가 더블 히트송이 된 것이 주효했다.
서울가요대상은 트로트 장르 확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댄스 음악이 만개한 시기에도 현철(1990), 김수희(1994), 설운도(1995), 임주리(1995), 김종환(1999), 송대관(2000), 태진아(2001·2002) 등 트로트 대표 주자들을 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잠시 주춤했던 트로트에 불을 붙인 건 혜성처럼 등장한 장윤정이었다. ‘어머나’(2004)로 서울가요대상 성인가요상을 수상하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신드롬급이었다. 휴대전화 벨소리, 컬러링, 미니홈피 배경음악 등에 ‘어머나’가 탑재돼 거리에 울려 퍼졌다.
이후 장윤정은 ‘이따 이따요’(2006) ‘첫사랑’(2008) ‘장윤정 트위스트’(2009)로 서울가요대상 본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서울가요대상 MC도 맡았다. 당시 “서울가요대상처럼 큰 무대의 사회자로 나서게 돼 너무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장윤정은 영 트로트를 선도했다. 수상 당시 “젊은 사람이 트로트를 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은 화제가 될 정도였다. 그 예언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다.


바로 임영웅이 등장했다. 본상 수상자가 뚝 끊긴 서울가요대상에서 트로트 가수로는 무려 12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당시 2021년에 대상을 수상한 NCT 127을 비롯해 방탄소년단, 에스파, 아이유 등 쟁쟁한 아이돌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결과였기에 더욱 빛이 났다.
무려 3관왕을 차지했다. OST상, 트로트상, 본상까지 차지하며 당대 명실상부한 원톱 가수임을 증명했다. 당시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는 뮤직비디오 조회수 4700만회를 기록하며 트로트계 팬클럽 창시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더욱이 이 곡을 선배 트로트 가수인 설운도가 맡아 상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했다. 이후 2022년에도 임영웅, 2023년에는 영탁이 서울가요대상 본상을 수상하며 여전히 시들지 않는 트로트 꽃을 피우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