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박지환의 얼굴에 희노애락이 있다. 웃다고 울리고, 애잔하다가도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다. 전천후 활약이다.

영화 ‘보스’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로 맹활약 중이다. 먼저 ‘보스’에선 웃기느라 정신없다. ‘보스’는 조직의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다. 박지환은 유일하게 보스 자리를 꿈꾸지만 자격 미달로 후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넘버3 판호 역을 맡았다.

생동감이 넘친다. 특유의 어리둥절한 표정에서 나오는 어리숙한 면과 그 속에 숨겨진 야망이 맛깔나게 드러난다. ‘보스’가 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가운데 박지환의 공이 적지 않다.

‘탁류’에선 주인공이다. 화자다. 대작의 이야기를 이끈다는 점에서 박지환에겐 잊지 못할 작품이다. 박지환은 마포나루의 왈패 박무덕을 연기한다. 함께 마포나루의 왈패를 점령했지만 엄지 덕개(최영우 분)에게 꼼짝 못 하고, 나이 어린 후배들에겐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능력은 부족하고 싸움도 못한 탓이다. 동생들과 격 없이 지내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다.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에겐 무시하는 인물이다. 애잔하긴 하나, 꼭 감정이 이입될 정도로 좋은 인물은 아니다.

무너질대로 무너져 마포나루 왈패에서도 쫓겨난 무덕은 시율(로운 분)을 만나 함께 힘을 합쳐 마포나루를 다시 점령했다. 시율이 만들어낸 변주 속에서 결국 덕개에게 자리를 넘겨받아 새로운 엄지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복잡 미묘한 박무덕의 얼굴을 드러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전환하는 과정을 긴박하게 그려낸 것. 이렇듯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강한 흡입력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유지한 박지환의 호연에 ‘탁류’의 후반부를 향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박지환은 스크린과 OTT를 넘나들며 온·오프라인에서 재미를 견인하고 있다.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불어넣으며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잡아내는 박지환의 존재감이 이번에도 확실하게 증명됐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