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큰 게임에서 성장한 게 보인다.”

적장이 삼성의 2003년생 동갑내기 이재현·김영웅(22)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짧고 굵은 한 마디에는 부러움이 서려 있는 듯 한 건 기분 탓이었을까. 팀 감독과 선배 역시 이들의 성장을 반겼다.

삼성은 9일부터 SSG와 2025 KBO 준플레이오프(준PO)를 치르고 있다. 1차전은 삼성이, 2차전은 SSG가 이기면서 시리즈 전적 1승1패가 됐다. 역대 준PO에서 3차전을 잡은 팀이 다음 스테이지로 진출한 확률은 100%(7번 중 7번)다.

단기전인 만큼 ‘기세’가 중요하다. 직전 2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통해 승리를 거머쥔 SSG가 분위기상 심리적 우위를 점한 상황. 준PO 성적표를 보면 삼성이 팀 타율 0.224, 평균자책점 2.60으로 앞서지만, SSG 불펜 공략은 여전한 과제다.

무엇보다 가을야구 들어 타격 기복이 심해졌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과 수비가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미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역대 최소 1안타 승리의 진귀한 기록을 썼고, 준PO 2차전에서도 빈타에 시달렸다.

다만, 2022년 나란히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재현과 김영웅은 각각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팀 승리에 발판을 놓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중압감이 넘치는 무대에서도 맹위를 떨치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특히 작년 한국시리즈(KS)를 계기로 눈에 띄게 성장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류지혁은 “확실히 (큰 무대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KS를 경험하고 나면 그다음 시즌 준비할 때 스스로 달라진 게 느껴질 거라고 얘기해 준 적이 있다. 올시즌 성적뿐 아니라, 딱 봐도 변한 게 보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영웅의 경우 시즌 종료 후 태극마크를 단다. 최근에는 깜짝 ‘3루’ 터치로 ‘야구 센스’를 증명했다. 박진만 감독 또한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며 “첫 포스트시즌 당시에도 본인이 가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걸 보고 담력도 있고, 즐기면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이)재현이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경험들이 나중에는 큰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시즌 막바지부터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한 이재현은 1차전에서 1회초 선두타자 초구 홈런을 친 데 이어 2차전에서 팀 첫 안타를 기록했다.

게다가 상대팀 레이더에도 포착됐다. SSG 이숭용 감독도 “큰 게임에서 성장한 게 보인다”며 이 둘을 콕 집어 언급한 것. 장차 삼성을 넘어 리그의 미래는 두 동갑내기의 손끝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