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위수정 기자] 배우 박정민이 또 한 번 작가로 돌아왔다. 출판사 창비는 26일 박정민이 계간지 창작과비평 2025년 겨울호에 신작 산문 ‘수치심의 역사’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글은 올해 봄호부터 이어지고 있는 산문 기획 ‘내 삶을 돌본 것’의 네 번째 작품으로, 배우이자 출판사 ‘무제’ 대표로 활동 중인 박정민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정민의 새 산문은 여섯 살 때 청주 이모집에서 벌어진 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모들이 “오백 원 줄 테니 춤 한 번 춰봐라”라고 말하자, 꼬마 박정민은 생애 처음으로 “거절할까, 할까”라는 고민에 빠졌다고. 결국 선택한 춤은 ‘개다리춤’. 문제는 끝까지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
그는 글에서 “나의 개다리춤은 참으로 형편없고 단조로웠다”며 “이모부는 조용히 눈을 감았고, 이모들의 웃음도 잦아들었다”고 적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인생 최초의 ‘수치심’이 자신을 덮쳤다고 털어놨다.
그 기억은 고등학교 1학년, 장기자랑 무대에서 다시 소환됐다. ‘좀 놀 줄 아는 놈’이 되겠다며 무대에 올랐지만, 또 한 번 멋진 피날레에 실패. 그는 “잊고 지냈던 수치심과 다시 마주했다”고 고백한다.
박정민은 산문에서 수치심이 배우로서 자신을 어떻게 지탱해왔는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남들 앞에 서는 직업을 하면서 비웃음을 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모순적이라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낄 때가 있다”는 깊은 속내도 공개했다.
산문의 마지막 문장은 더욱 인상적이다. “난 내일도 남 신경을 쓸 것이다. 불가능의 벽에 부딪히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날 것이다. 징글징글한 집착으로 하루를 채울 것이다. 편히 자기 위해서, 편히 꿈꾸기 위해서.” 화려한 배우 박정민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민과 감정의 층위가 오롯이 담겼다.
창비 측은 “박정민은 처절했던 ‘수치심의 역사’를 솔직하게 꺼내며, 마이너스 감정을 삶의 자원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정민은 출판사 ‘무제’를 운영하며 출판계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으며, 교보문고가 선정한 ‘내일이 기대되는 출판사’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화사와 함께 꾸민 ‘Good Goodbye’ 특별 무대가 화제를 모으며 멜로 케미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wsj0114@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