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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안으로 인해 프로스포츠가 산업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개정안의 효과가 실제 프로구단에 어떤 영향을 미쳐 변화를 이끌어낼지는 아직 특정하기 어렵다. 프로배구구의 경우 개정안 마련에 발 맞춘 움직임이 아직 드러나고 있지 않다. 프로배구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구단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다수 구단들은 개정 이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지자체의 인식 변화뿐 아니라 구단 스스로 확대된 법적 권한을 활용하려는 적극성과 의지가 필요하다.
한국배구연맹(KOVO) 김대진 홍보마케팅팀장은 “배구 홈경기는 한 시즌에 18경기 정도다. 영업일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기대수익이 적다. 체육관 운영권 확보나 수익사업 개발에 투자하려는 구단의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체육관의 활용도나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지자체가 프로구단을 위해 시설투자를 할 것인가도 문제”라고 말했다. 프로배구 모든 구단들이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체육관 시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지자체와 연고협약에 따라 대관비용 없이 전기 수도 등 실비만 내는 경우가 많아 장기임대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구단이 많다. 대다수 구단들이 독립법인이 아닌 모기업 산하 부서형태를 취하고 있어 독자적인 수익사업을 기획해 실행하기에 제한사항이 있다. 5000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이 거의 없는 만큼 인기 구단도 연간 운영비 대비 입장수익은 10%에 못미친다. 같은 이유로 매점사업권 입찰도 매력적이지 않다. 김 팀장은 “연간 운영비로 70~80억원을 쓰는 구단들이 입장수익을 기대하려면 매 경기 만석을 채우면서 객단가가 3만원 이상은 되야 한다. 수지를 맞추려면 선수 연봉을 깎아야 하는 처지다. 자생력을 얻으려면 투자 대비 수익이 나와야 하는데 산업화하기에는 아직 프로배구의 현실적인 기반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배구단의 힘만으로 기존의 구조를 뒤바꾸기 힘들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부가가치가 미미하다’는 것이 많은 구단의 목소리다. 그런 이유로 문화시설,상업시설,다른 프로종목 구단들과 연계한 복합 컴플렉스 형태가 구성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래된 체육관들은 유동인구나 편의시설이 적은 구 도심에 위치해있다. 새롭게 마련된 체육관들은 땅 값이 싼 외곽지역에 자리한 경우가 많다. 배구경기만을 위해 교통도 불편하고 부대시설도 없는 곳으로 관중을 모으기는 어렵다.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또는 다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무시로 드나들도록 복합 문화체육공간을 마련하려면 지자체의 대형 플랜이 나와야 한다. 삼성화재 유대웅 홍보마케팅팀장은 “쇼핑몰이나 극장 등 복합시설들을 유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근처에 지하철역이 없는 것도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개별구단에 대한 배려보다는 구도심 경제활성화 등의 차원에서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성화재와 프로야구 한화가 붙어있는 대전,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을 비롯해 프로야구 kt와 프로축구 수원FC가 함께 모여있는 수원 등이 비슷한 경우다.
프로야구에 비해 경기 수가 적고, 프로축구에 비해 좌석 수나 광고 게재 공간이 적은 부분은 실내스포츠인 프로배구의 핸디캡이다. 제한사항이 있는 만큼 구단들의 적극적인 수익창출 의지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모기업의 이미지 제고나 사회공헌활동의 방편, 홍보수단 등 무형의 가치가 중심이 되지 않고 ‘돈 버는 구단’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프로배구 전체의 값어치가 상승할 수 있다. 한 시즌 전 경기가 스포츠 전문채널을 통해 중계되고 시청률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1%를 상회하는 점은 종목 인지도 상승과 광고 유치에 긍정적이다. ‘혼자 힘으로 변화를 이룰 수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있는 만큼 인천 대전 수원 서울 등 다른 프로종목들이 함께 있는 지역의 경우 구단간 정보공유와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구단 스스로 이윤을 남기는 산업으로 성장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개정안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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