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여배우 측 기자회견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문제의 장면, 앞선 두번의 촬영과 세번째 촬영은 분명히 달랐다.”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빌딩 조영래홀에서는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판결 환영 기자회견이 열렸다. 저예산 영화 촬영 도중 몸을 더듬고 찰과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배우 A씨가 최근 2심에서 원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한 피해 여배우 B씨 측과 여성영화인 모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찍는페미,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여성계와 영화계에서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

비록 피해 당사자 B씨는 기자회견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새벽내 작성했다고 하는 장문의 편지글을 통해 A씨의 “성추행이 아니라 연기였다”는 주장에 대해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이라는 입장을 관철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였음이 연기 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싸우고 연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뿐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이 참석, A씨 측에서 법원에 제출한 메이킹 영상 모음과 실제 촬영 영상 등을 분석하고 판단한 내용을 밝히며 귀를 솔깃하게 했다.

백재호 위원은 “본 영화는 15세 관람가의 멜로/로맨스 영화다. 피해자가 맡은 역할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다. 시나리오와 콘티, 그리고 실제로 개봉한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사건이 일어난 13번 씬에서 중요하게 표현된느 부분은 성적인 노출이 아니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는 인물의 모습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콘티에는 상반신, 인물의 얼굴 위주로 촬영하기로 돼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멍 분장 역시 어깨와 등 윗부분에만 했다. 여벌의 의상이 준비돼 있지도 않았다. 노출이나 접촉이 예정돼 있다면 필수적으로 하는 소위 말하는 ‘공사’도 하지 않았다. 촬영하는 도중에 의상이 찢어진다면, 그리고 NG가 난다면, 촬영을 진행하기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메이킹 영상 속에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상황이 담겨있다. 메이킹 영상은 현장 전체가 아니라, 메이킹 기사가 선택해서 촬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목할 저은 13번 씬을 찍을 때 메이킹 기사가 촬영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노출이 예정돼 있을 때에는 메이킹을 찍지 않는다. 하지만 13번 씬의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에도 메이킹 기사가 촬영감독 뒤에서 메이킹을 찍고 있었다. 메이킹과 촬영 영상에 따르면, 촬영 전 리허설을 제외하고 총 세 번의 본 촬영이 있었따. 두 번의 NG 후, 세번째 촬영에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앞선 두번의 촬영과 세번째 촬영은 분명히 달랐다”고 말했다.

그런 백 위원은 “상반신, 얼굴 위주의 촬영이라 하반신이 직접 찍히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벽을 바라보고 서있고 가해자가 등 뒤에 있는 상황에서 접촉이 없었다면 물리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피해자의 움직임과 노출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팔을 내려 하반신을 방어하는 것을 보아, 아무런 접촉이 없었거나 어쩔 수 없이 스치기만 했다는 가해자 측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봤다.

이같은 이유로 백 위원도 “촬영 영상에 담겨져 있는 합의되지 않은 가해자의 폭력이나 피해자의 상체를 노출 시킨 행위만으로도 범죄다. 상호 합의되지 않은 행위가 연기라는 명목의 업무상 행위로 판단되어서는 안된다. 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현재의 범죄가 연기니까, 영화니까 라며 면죄부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015년 4월 영화 촬영 중 B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2심 재판부는 지난 13일 열린 항소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이에 A씨 측과 검찰 양측 모두 상고장을 제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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