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물가는 다락처럼 오르고 경제는 도통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죠. 저멀리 밀려오는 먹구름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경험과 지혜를 두루 갖춘, 성공한 CEO에게 질문해보기로 했습니다. 불황의 시기를 어떻게 통과하는 것이 좋을까요? <편집자주>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샘표식품 본사 1층에는 요리를 배우고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우리맛공간’(새미네 부엌)이 있다.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요리소스를 만드는 회사답게 이 공간에서는 종종 요리교실이 열린다. 최근 성공회대 인문학습원 회원들을 초대해 특별한 요리교실이 열렸다. 샘표식품이 개발한 겉절이 양념으로 겉절이를 무치고, 맞춤소스를 넣어 멸치볶음을 만드는 등 초간단 요리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요리교실에 참가한 샘표식품 박진선(73) 사장은 “누구나 쉽게 요리를 만들어 스스로의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문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밀키트 등의 영향으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먹는 문화가 사라지는 분위기다. 샘표식품은 요리를 더욱 쉽고 간편하게 도와주는 기본 소스를 다양하게 출시해 온 국민이 직접 요리를 해먹도록 권유한다.

박 사장은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이 간편할지는 몰라도 건강을 생각하면 만들어 먹는 것이 낫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뭐가 없을까 하다가 요리를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생각을 했다. 소스는 우리가 원래 전문이니까 사람들이 집에서 쉽게 요리를 해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소스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실제 새미네부엌 겉절이 양념을 이용하면 겉절이를 10분 이내에 만들 수 있다. 멸치볶음소스를 이용하면 멸치볶음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간편할뿐 아니라 설거지감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집에서 요리를 안해먹을 이유가 없다.

“집에서 요리를 해먹으면 장점이 무척 많다. 건강한 식재료를 먹을 수 있어 건강에 좋다. 그런데 주부들이 요리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치우기도 힘들어서 안하기도 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해 가족들이 함께 밥을 먹고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박 사장의 말처럼 샘표식품이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은 간장, 고추장, 된장 등을 기본으로 겉절이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 등 요리를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샘표식품이 최근 가장 주력하는 상품이 요리에센스 연두다. 연두는 조선 간장을 기본으로 채수 등을 넣어 간장의 냄새를 순화시키고 감칠맛을 높여 어느 음식에나 넣으면 맛을 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77년간 간장으로 한 길을 걸어온 뚝심이 자리한다.

박 사장은 “옛날에 집에서 담그던 조선간장은 대량 생산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걸 우리 발효연구소 연구원들이 연구해 대량 생산하는 법을 개발했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연두가 나오게 됐다. 발효연구소에서 발효 연구가 훨씬 집중적으로 진행돼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샘표식품의 자랑인 연두는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해외 간장 시장에 1950년대에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일본 기꼬망 왜간장 시장에 균열을 내는 중이다. 또한 질러, 폰타나, 티아시아 등으로 식품 종류를 다각화해 우리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하는 꿈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1946년 문을 열어 현재 77년 역사를 지닌 샘표식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손꼽힌다.박 사장은 할아버지인 박규회 샘표식품 창업주, 아버지 박승복 전 샘표식품 회장에 이어 3대째 가업을 맡아 경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가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사,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를 받았고 미국 빌라노바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한 이색 이력의 소유자다.

철학을 전공한 까닭인지 회사 운영 철학도 이채롭다. 오송에 위치한 발효연구소의 인테리어를 보면 박 사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연구소나 공장이 보다 창의적인 공간이어야 직원들이 행복할텐데”라고 생각한 박 사장은 미술 작가들과 협업해 연구소를 그 어느 공간보다 화사하게 꾸몄다. 핫핑크색 복도, 작가들의 작품이 녹아있는 창의적인 공간이다.

박 사장은 “돈 벌려고 물건만 만드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다. 그거 말고 뭔가 더 가치가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장에서 물건 만드는 것만 하다가 연구개발 쪽에 비용을 더 많이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샘표식품은 국내 식품업체 중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다. 해마다 매출의 4~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통상 식품업체들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1% 내외인 점과 비교된다.

“과거 우리나라 음식은 거의 손맛이라고 주장을 하지 계량화가 돼있지 않다. 손맛에 따라 맛도 변한다. 스페인 요리과학연구소인 알리시아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하면서 요리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며 연구하는 모습에 크게 감동해 우리맛 연구소를 만들어 우리 음식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경쟁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는 경쟁이라는 개념이 없다.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걸 하면서 경쟁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더 잘하는 걸 하고, 사람들이 더 좋아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잘못한 직원에 대해서도 결과만 가지고 징계를 하지 않는다. 의도적인 게 아니고서야 일을 하면서 실수하는 부분은 회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회사 기강이 해이해질까 걱정되지는 않을까?

“직원들이 사장을 하나도 어려워하지 않는다. 간식을 먹다가 내가 지나가면 같이 먹자고 권한다. 나는 직원들에게 어렵지 않은 리더이고 싶다.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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