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겹겹이 쌓인 만리장성은 역시 높았다.

한국 탁구가 지난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회 때 현정화(여자단식 금메달) 이후 30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그 문턱에서 좌절했다.

2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인내셔널컨벤션센터(DICC)에서 계속된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챔피언십(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전) 여자복식 결승.

세계랭킹 12위인 신유빈(19·대한항공)-전지희(31·미래에셋증권)는 7위인 중국의 첸멍(29)-왕이디(26)한테 0-3(8-11, 7-11, 10-12)으로 석패했다.

전날 4강전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세계 1위 쑨잉샤(23)-왕만위(24)를 3-0(11-7, 11-9, 11-6)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오른 신유빈-전지희였지만, 한번 더 만리장성을 넘기에는 다소 힘이 달렸다.

이로써 한국 탁구의 여자복식 36년 만의 금메달 꿈도 물거품이 됐다. 지난 1987년 인도 뉴델리 대회 때 현정화-양영자가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경기 뒤 신유빈은 “언니 아니었으면 이런 세계선수권 결승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결과는 아쉽지만 저희가 목표로 했던 메달을 따서 기쁘다. 잊지 못할 순간을 저한테 만들어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지희는 “유빈이 때문에 이 자리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결승 올라온 게 꿈같고, 일단 기술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는데, 그래도 저희 고생한 만큼 잘해낸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열린 남자복식 결승에서도 세계 3위 장우진(28·미래에셋증권)-임종훈(26·한국거래소)은 1위인 중국의 판젠동(26)-왕추친(23)한테 0-3(11-13, 6-11, 5-11)으로 져 은메달에 만족했다.

장우진-임종훈은 전날 4강전에서 독일의 디미트리 오브차로프-파트리크 프란치스카(랭킹없음)와 접전 끝에 3-2(11-7, 5-11, 8-11, 11-9, 11-5)로 승리하며 지난 2021년 미국 휴스턴 대회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세계대회 결승에 올랐으나 마지막에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 뒤 장우진은 “대회가 끝나 후련한 것도 있지만,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못 따서 좀 아쉬움이 많다. 저희가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종훈은 “많은 고비를 넘기고 올라온 만큼 기쁘기도 하고, 우진이형한테 고맙기도 한데, 아쉬운 것 같다. 중국 선수들이 아무리 잘한다고 하지만, 이길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고 거기서 찬스를 살리지 못해서 색깔을 바꾸지 못한 건 아쉬운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이상수-조대성 남자복식)를 수확하며 대회를 마쳤다.

중국은 혼합복식(왕추친-쑨잉샤), 남자복식(판젠동-왕추친), 여자복식(첸멍-왕이디) 등 3종목 금메달을 모두 가져갔으며, 남자단식에서 판젠동과 왕추친, 여자단식에서 쑨잉샤와 첸멍이 결승에 올라 전종목 금메달을 싹쓸이하게 됐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