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2050년 600조원 규모로 성장 예상

[스포츠서울 | 원성윤기자] 기후환경 문제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작된 전기차의 시대에 에너지 공급원인 배터리의 후처리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상용차 약 8000만대 가운데 10%인 802만대가 전기차인 시대를 맞이했고, 2030년대 1억3000만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130만대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폐배터리를 분해하고 용해하면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원재료를 회수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광물은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서도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저가의 리튬 인산철 LFP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이 불가능한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FP 배터리는 화재위험성이 낮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LFP 배터리를 도입하고 있지만, 각종 중금속과 전해액이 포함된 폐배터리를 그대로 매립할 경우 심각한 토양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한 대당 폐배터리가 500㎏의 양이 나오는데 중국은 땅에 묻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은 불가능하다”며 “LFP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환경개선 부담금을 부과하거나 제작사가 폐배터리 재활용을 의무화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2031년부터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코발트 등의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미국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비율을 확대하면서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에코프로는 지난 19일 SK에코플랜트, 전기·전자폐기물 전문기업 테스와 함께 헝가리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헝가리는 지난해 기준 중국, 폴란드, 미국에 이어 세계 4위 배터리 생산국이다. 2025년 공장 완공으로 폐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여기서 얻은 원재료를 배터리 제조에 다시 투입하는 게 목표다.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 재활용에 필요한 핵심 기술 내재화에 성공했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폐배터리에 용매 추출 방식을 적용해 양극재 원자재인 니켈, 코발트 등을 97%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며 “회수된 니켈, 코발트의 순도가 99.9%를 웃돌아 실제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실증 사업을 거쳐 2025년 준공 예정인 경북 경주시 공장에 해당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니켈·코발트는 배터리 양극재의 원자재로 소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공동으로 폐배터리 용매추출 기술 고도화를 통해 금속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1위 코발트 생산업체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중국 장쑤성 난징시와 저장성 취저우시에 각각 폐배터리를 가공하는 공장과 재활용 금속을 처리하는 공장을 만들어 내년 말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또 삼성SDI는 지난해 5월 경기 용인시에 있는 SDI연구소 안에 ‘리사이클 연구 랩’을 신설하고 이에 대한 연구에 들어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폐배터리 처리 시장 규모는 2030년 70조원에서 2050년 60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 공백 상태에 놓인 폐배터리 규정에 대해 국회와 환경부, 산업부 등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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