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현재 대한민국은 아프지 않아야만 살 수 있는 나라다. 장기전으로 이어진 정부와 의료계의 기 싸움과 의료 파업으로 인해 사실상 응급실 진료 중단이 현실화했다.
지난달 4일 두 살배기가 응급실을 찾아 약 1시간 뺑뺑이를 돌다 결국 12번째 병원에서 사망했다. 11곳에서 이송 거부를 당한 것. 진료할 의료진도, 응급실도 없다는게 이유였다.
의료계는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 사직·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양측의 양보 없는 팽팽한 신경전은 장기화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건 결국 국민이다.
이 사태로 인해 평소에도 진료받기 어려운데, 추석을 앞두고 국민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서울 대형병원 응급실은 ‘셧다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진료 제한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의비)가 자체 조사한 결과, 국립중앙의료원·이대목동·여의도성모·순천향대천안병원이 응급실 운영 중단 등을 검토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이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대·세종 충남대·건국대충주병원 등 지방 병원들이 야간·주말 응급실 진료를 중단한 것. 인력 부족이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2일 ‘응급의료 등 비상 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응급실 운영에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현재 전체 409곳 응급실 중 99%(406곳)가 평소와 같이 24시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병상도 지난달 30일 기준 97.5%(5918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은 있지만, 진료 유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문제는 응급실뿐만 아니라 배후 진료로, 솔직히 이 문제는 의료계의 집단행동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의료 개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석) 연휴 기간 동네 병의원 4000여 개가 문을 열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환자분들께서는 본인보다 더 중증인 분들에게 응급실을 양보하시고, 동네 병의원을 먼저 찾아주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전의비는 정부 발표와 다른 입장을 밝혔다. 현재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응급실 진료가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병원을 지킬 의사가 없다는 설명이다. 전의비는 의료 붕괴의 책임자 처벌과 의대 증원 중단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날 전의비는 “9월1일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개,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개,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개,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곳은 46개 대학병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석을 기점으로 응급진료가 안 되는 질환이 더욱 증가하고 응급실을 닫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비상진료체계가 잘 돌아가는 상황인가”라고 반문하며 “중증질환의 진단이 지연되고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하며 수술이 지연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부는 군의관, 공보의 파견, 진료 지원(PA) 간호사, 촉탁의 채용 등을 통해 인력 보강에 나선다. 4일부터는 운영이 어려운 전국 응급실에 군의관을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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