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신세계그룹이 지난달 30일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 분리를 공식 발표하면서, 정유경 총괄 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유경 회장은 부회장을 건너뛰고 곧바로 ㈜신세계 신임 회장에 올라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중요한 건 정 회장이 단순히 후계자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정 회장이 백화점 부문 지휘권을 쥐게 된 것엔 어떤 배경과 전략이 이루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주인’ 될 수밖에 없었다

정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손녀이자 정재은 회장의 장녀로, 어릴 때부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이후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경영에 입문해 2009년 ㈜신세계 부사장, 2015년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백화점 부문을 이끌어왔다.
먼저, 정 회장은 ‘1번점’ 전략을 통해 각 지역의 대표 백화점으로 성장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6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단일 점포 최초로 연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등과 같은 신규 점포가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것도 주효했다. 대전신세계는 오픈 1년 만에 매출 8000억 원을 달성하며 중부권 대표 백화점으로 자리 잡았다.
또 정 회장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에 중점을 뒀다. 호텔과 백화점의 경계를 허문 ‘하우스 오브 신세계’,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 등 전략적 리뉴얼로 VIP 고객 관리, 2030 세대 공략해 매출 확대를 꾀했다.

내부 공간을 재구성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전통적인 백화점 구조에서 벗어나, 단순 소비에 그치지 않고 경험을 제공해 다양한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했다. 강남점 지하 1층이나 센텀시티점 등 주요 지점에 팝업스토어를 개최해 팬데믹 이후 온라인 소비에 익숙해져 있던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이끌었다. 이외에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성장시키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고를 올렸다.
이러한 정 회장의 행보는 신세계백화점이 업계 1위로 올라서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신세계백화점’이라는 유산을 활용하되, 독자적인 경영 방식을 통해 신세계백화점을 국내 백화점 업계 선두 주자로 올려놨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정 회장의 전략적 판단력과 경영 능력, 성과를 높이 평가해 신세계백화점 승계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오빠 정용진과 다른 경영방식, 통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각기 다른 경영 스타일과 성과를 보여준다.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백화점 부문을 이끌며 안정적인 성장과 고급화 전략을 통해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반면,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했으나 일부 사업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한 ‘삐에로쑈핑’은 결국 사업을 중단했고, 공들였던 소주 사업 ‘제주소주’는 최근 오비맥주에 매각됐다.
또 정용진 회장은 체질 개선을 통해 이마트 부문에 방점을 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계열 분리에 속도를 내 각자 잘하는 것을 ‘본업’으로 두고 집중하는 것”이라며 “유통 생태계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 가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