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황동혁 감독도 짓궂은 면이 있다. 대마초 흡연으로 자숙 중인 배우에게 마약으로 정신이 온전치 않은 인물을 추천한 점이 그렇다. 10년 가까이 대중의 곁을 떠난 최승현에게 주어진 역할은 퇴물 래퍼 타노스다. 약에 취해 있어 하늘에 붕 뜬 캐릭터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오디션 제의를 받은 최승현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규모 작품에 분량도 많을 뿐 아니라 시즌2의 핵심 빌런이다. 최승현이 처한 상황에 과분할 정도로 좋은 역할이지만, 선뜻 받기 어려운 지점도 있었다.

최승현은 지난 15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민이 많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제겐 과오가 있는데, 타노스는 부끄러움과 직면하게 되는 역할이다. 이 또한 이미지 박제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있었다. 그럼에도 운명적으로 다가온 역할이다. 이 역할이 앞으로 제 인생에 어떤 뜻이 있지 않을까 싶어 오디션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2’의 모든 인물이 땅에 붙어있는 듯 현실감이 짙다. 유일하게 타노스만 만화적이다. 극도의 업텐션을 하고 있다. 느닷없이 랩을 풀고 만족해 하는 지점은 매우 오글거린다.

“캐릭터 자체가 덜 떨어지고 지질한 힙합 루저예요.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끌렸어요. 지난 10년 간 제게 손을 내밀어준 제작진이 없었죠. 그런 저에게 기회를 주고 손을 내밀어 줬다는 것만으로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어요. 타노스가 하는 약물은 강력한 환각제예요.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많이 연구했어요. 불안과 초조, ADHD 증상을 많이 봤어요. 랩도 발음이 흐릿한 ‘멈블랩’ 위주로 했어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나왔습니다.”

많은 준비가 있었음에도 예고편부터 불안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공개된 후엔 연기력 논란이 일었다. 연기가 이상하다는 게 의견의 주를 이뤘다. 홀로 결이 맞지 않은 연기를 하고 있으니, 그러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애초에 황 감독이 의도한 지점이다. 국내에선 호불호가 갈렸지만, 해외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는 타노스다.

“폭력적이기도 하고 코믹한 역할이에요. 대본부터 만화적으로 과장되게 묘사돼 있었어요. 대사도 직관적이고요. 단순 무식하고 나사가 빠져 있는 캐릭터죠. 정신연령은 짱구 수준이고요. 제 실제 성격은 내성적인 편이에요. 업텐션이 되기 힘든데, 다른 차원의 하이텐션을 원하셨어요. 겁에 질린 상황을 환기 시켜주는 광대인 거죠. 부끄럽기도 했는데, 어떻게든 감독님의 디렉션을 충실히 따르려고 했어요.”

후반부 화장실 격투 신은 시즌2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코인 유튜버 명기(임시완 분)와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혈흔이 낭자한 상황도 발생했다. 실제 촬영장에서 최승현은 갈비뼈 부상을 당했다.

“화장실에서 뒹굴고 엎어치기 하는 장면이었어요. 서로 정말 합이 잘 맞아서 그런지 잠시 긴장을 풀었나봐요. 붕 떴다가 떨어졌는데, 갈비뼈에 금이 갔어요. 응급처치를 받고 그 안에서 끝까지 마무리를 했어요. 노재원, 원지안, 이다윗, 임시완과 주로 연기를 했어요. 타노스팀이라고도 불렀는데, 개성도 넘치고 성격도 좋았어요. 배우는 점이 많았어요. 젊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아쉽게도 타노스는 ‘오징어게임3’에 나오지 못한다. 시즌3에선 최승현을 만날 수 없다.

“타노스는 나쁜 것에 의존하는 캐릭터예요. 그 타이밍에 죽는 게 마땅해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에서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다신 실망 안 시켜드리고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