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창간 40주년 신년기획, AI 길을 묻다②]
스포츠서울이 창간 40주년을 맞이해 ‘AI 기술’에 대한 신년 기획을 마련했다. 방송·영화·음악 등 각계를 대표하는 지식인 인터뷰를 통해 대중문화의 미래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인지도 있는 배우가 나오는 AI영화는 제작비 10분의 1로 만들 수 있어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할 겁니다.”
MCA 박재수 대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현대자동차 연구원에서 영화인으로 첫발을 내딛던 그때 가졌던 자신감처럼, AI 영화에서 희망을 내다봤다.
박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AI 영화는 영화 기획·창작자들에게 기회가 된다. 캐스팅도 투자·편성 모두 원활해질 것”이라며 “영화·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었다. 제작비는 커졌는데 투자받기 힘든 상황에서 A급 배우를 잡아야 하는 이중고에 갇혀 있다. 가장 큰 돌파구가 AI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연출부 막내로 시작해 제작사를 차린 뒤 ‘7급 공무원’(2009·403만명) ‘안시성’(2018·544만명) 등을 제작하며 히트 제작자 반열에 올랐다. 그런 그가 AI에 눈을 돌리게 된 시발점은 영화 ‘안시성’이었다.
“그때 ‘안시성’ 시나리오로는 최소 400억 원 제작비가 필요했어요. 절대 BEP(손익분기점)가 안 나오죠. 그걸 180억 원으로 만들어냈어요. 그게 왜 마인드 차이예요. 현장의 땀 냄새까지 살리겠다는 극단적인 욕심을 버렸기에 가능했죠.”
영화에서 표현된 15m 성은 2m로, 당나라 30만 대군은 엑스트라 100명으로 대신했다. 장면마다 CG로 채웠다. 지금 다시 보면 티가 나지만, 당시엔 누구 하나 트집 잡지 않았다. 중요한 건 대본과 연기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올해 ‘안시성’을 연출한 김광식 감독과 손을 잡고 영화 ‘2차 한국전쟁’ 제작에 돌입한다. AI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00% AI로 제작된 ‘나야, 문희’와 부분적으로 도입된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에서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층 진화된 장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 대표는 “마침 이 영화가 현대 전쟁 영화라 기술력을 보여줄 장면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난도가 높은 실재 인물 구현을 보면 감탄이 나올 것”이라며 “전체 영화 30~40% 분량을 AI가 채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은 넘어야 할 숙제다. 설익지 않았냐는 시기상조론도 끊임없이 고개를 든다.
“테슬라 자율주행이 처음 나왔을 때 ‘저게 되겠냐’는 의구심이 컸죠. 지금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죠. 기술력에 모두 감탄하죠. AI 기술력도 곧 그렇게 될 겁니다. 몇 주 단위로 업데이트되는데, 그때마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가 라이센스를 맡겨주면 AI가 활동하면서 숏폼드라마, 광고 등에서 알아서 돈을 벌어다 주는 시대가 곧 올 겁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