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많은 걸 배웠다, 선수 실수? 너무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다.”

안방에서 ‘삼바군단’ 브라질에 호되게 당한 축구대표팀(FIFA랭킹 23위) 홍명보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유의미한 월드컵 모의고사였다고 자평했다.

홍 감독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6위)과 A매치 평가전에서 0-5 대패한 뒤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한 팀과 붙어 많은 것을 배운 경기다. 결과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은 앞을 보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명보호 2기 출범 이후 한국은 이전까지 A매치 15경기에서 9승5무1패를 기록했다. 대부분 아시아 팀을 상대했는데, 본격적인 월드컵 본선 체제로 돌아선 지난달 미국(2-0 승)과 멕시코(2-2 무) 원정에서 1승1무를 기록하며 호성적을 냈다. 이날 미국, 멕시코전에 이어 다시 한번 스리백 전술을 실험했는데 브라질의 관록과 개인 전술, 힘에 모두 밀리며 무너졌다. ‘월드컵 우승 후보’ 수준 팀과 전력 차를 실감했다.

초반 당돌하게 맞섰지만 브라질은 한국 수비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스테방, 호드리구가 전반에 연속포를 가동했다. 후반 한국은 전열을 가다듬으며 추격을 노렸는데 킥오프 2분과 4분 각각 수비의 ‘믿을 맨’ 김민재, 3선의 백승호가 실책성 플레이로 상대에 공을 내줬다. 이스테방과 호드리구가 놓치지 않고 나란히 1골씩 더 터뜨렸다. 사실상 KO펀치였다.

홍 감독은 “(실점 과정에서) 우리 실수도 있었고, 페널티박스에서 상대가 연결을 잘해서 넣은 골도 있다. 마지막엔 역습으로 실점했다. 앞으로 우리가 더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선수의) 실수는 나중에 안 할수도 있는 문제다. 너무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다. (지난달) 미국 원정 때도 압박의 타이밍, 강도가 잘 되지 않은 게 있었다”며 평가전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홍 감독과 일문일답

- 경기 소감은.

궂은 날씨에 많은 팬이 찾아와주셨는데 좋은 결과를 못 드려서 죄송하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한 팀과 붙어 많은 것을 배운 경기다. 결과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은 앞을 보고 나가야 한다.

- 브라질이 공격수를 많이 두고 강하게 압박했다. 그럼에도 후방 빌드업을 지속했는데.

빌드업 과정에서 두 가지를 준비했다. 첫째 상대 전방 압박 숫자가 많으면 롱볼을 이용해서 우리 공격수와 상대 수비수 일대일 상황으로 이어지게 하자고 했다. 다음으로 우리 숫자가 많으면 (후방에서) 빌드업하자고 했다. 빌드업하다가 빼앗겨서 실점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도 떨어진 게 있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작정 빌드업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가능하면 해나가야 한다. 빌드업은 결과적으로 공이 앞으로 나가는 것이고, 롱볼이냐 짧게 가느냐는 선택이다.

- 경기가 밀리면서 포백으로 전환할 생각을 했나.

상대 공격수가 스트라이커 역할보다 내려와서 미드필더 역할을 하면서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으로 하는 형태를 보였다. 그러다보니 우리 수비가 맨투맨보다 밀려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상대가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잡으면 뒤에서 한 명이 더 나아가 밀착하고 남은 공간을 (다른 선수가) 커버해야 했다. 전반 끝나고 이 부분을 지시했다. 물론 중간에 포백으로 바꿔볼 생각도 했는데, 이 경기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선수 구성을 고려해 파이브백으로 마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 (전반 0-2 종료 이후) 하프타임에 선수에게 한 말은?

전반 몇 장면은 괜찮았다. 공격이나 수비, 전방 압박 나가는 것 등.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브라질 선수 개인 기량이 좋다보니 우리 선수가 압박을 나가는 것을 주저했다. (뒤로) 물러섰고 상대에 공간을 많이 내줬다. 전반 끝나고 선수에게 ‘괜찮다’고 했다. ‘실점했지만 신경쓰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하자’고 주문했다.

- 필드골로만 5실점했는데.

축구에서 나올 여러 장면이 나왔다. (실점 과정에서) 우리 실수도 있었고, 페널티박스에서 상대가 연결을 잘해서 넣은 골도 있다. 마지막엔 역습으로 실점했다. 앞으로 우리가 더 개선해나가야 한다. (선수의) 개인적인 실수는 나중에 안 할수도 있는 문제다. 너무 부정적으로 볼 건 아니다. (지난달) 미국 원정 때도 압박의 타이밍, 강도가 잘 되지 않은 게 있었다. 지속해서 개선할 것이다.

- 속도와 피지컬 차이가 컸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극복해야 할 부분인데.

(선수의) 개인 능력을 짧은 기간에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강팀과 겨룰 때 무엇을 보완해야할지 살펴야 한다. 오늘 선수에게 팀으로 싸우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아직 부족한 게 있다. 얼마나 배운 걸 잘 메우느냐, 그 방법밖에 없다.

kyi0486@sportsseoul.com